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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앨라이’ 티를 내자

등록 2023-08-30 18:35수정 2023-08-31 02:37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비온 뒤 무지개] 한채윤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앨라이(Ally).

10여년 전만 해도 한국에선 거의 쓰임새가 없던 말이다. 영어사전에 나오는 첫번째 의미는 ‘동맹(국)’이지만 ‘조력자로서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사람: 지속적인 노력, 활동 또는 투쟁에서 도움과 지원을 제공하는 개인 또는 그룹’이란 의미도 있다. 그래서 ‘성소수자 인권 지지자’를 뜻하는 단어로 현재 널리 쓰인다.

누가 앨라이인지는 다음 질문에 어떤 답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 “자신과 비록 다른 결의 삶일지라도 따뜻하게 포용하는 사람이 되길 원합니까?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은 부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성소수자가 나의 가족이며 이웃이고 동료 시민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십니까?” 만약 이 물음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면 축하한다. 당신이 바로 앨라이다.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들은 조직화가 잘 되어 있어 실제 숫자보다 더 많아 보인다. 이런 착시 현상을 이용해 차별을 조장한다. 정치인들 역시 자신의 무능과 편견을 ‘사회적 합의’와 ‘시기상조’ 같은 말로 포장한다. 그들에겐 늘 성소수자 인권은 나중으로 미루고 못 본척해도 되는 의제였다. 이런 답답한 현실에 특효약은 앨라이의 가시화다.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얼마나 많은지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사회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그러니, 당신이 이미 앨라이라면 주변 사람들에게 앨라이가 되자고 말을 건네자. 앨라이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도 궁금해하도록 더욱 티를 내자. 성소수자의 인권을 상징하는 배지나 무지개색의 인형을 옷과 가방에 달자. ‘모두를 환영하고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스티커를 집이나 사무실 문에 붙이자. 일상에서 드러내자.

앨라이는 성소수자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며, 성소수자를 대신해 발언하는 것도 아니다. 성소수자 관련한 질문을 받는다면 앨라이로서의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말하면 된다. 성소수자에 관해 알 수 있는 책이나 연극, 영화를 비롯한 문화행사를 소개하며 직접 경험하도록 권유하면 더욱 좋다. 때론 잘하려다가 실수할 때도 있겠지만,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것 역시 앨라이답다.

앨라이는 시스젠더 이성애자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성소수자 당사자도 다른 성소수자의 앨라이가 될 수 있다. 시스젠더 동성애자는 트랜스젠더의 앨라이로서 인권옹호자가 되고, 양성애자의 앨라이가 되어 바이 혐오에 대항할 수 있다. 동맹을 맺는다는 건 공동의 목표를 가진다는 것이고, 평등하고 다정한 동료 시민으로서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다.

마침 다가올 9월에 앨라이를 위한 행사가 있다. 법무부의 성소수자 차별에 맞서 싸워서 4년만에 최초의 성소수자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받아낸 역사가 있는 비온뒤무지개재단에서 올해부터 매년 9월을 ‘앨라이의 달’(Ally Month)로 정해 성소수자 인권 지지자라는 티를 팍팍 낼 앨라이 늘리기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앨라이 도서전과 북토크, 커밍아웃한 최초의 성소수자 구의원과의 만남 등 다양한 소통의 자리가 준비되고 있다.

9월 말엔 추석이 있고, 10월엔 ‘국제 커밍아웃의 날’도 있다. 앨라이가 늘어나면 그만큼 성소수자의 일상이 더 안전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지금이 ‘앨라이가 되기 딱 좋은 때’이지 않은가. 자, 앨라이가 되자. 앨라이라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앨라이로서 행동하고 티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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