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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언론계 오징어게임 창시자, 이동관

등록 2023-08-15 18:54수정 2023-08-17 17:18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일 경기 과천시 과천경찰서 인근에 마련한 청문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일 경기 과천시 과천경찰서 인근에 마련한 청문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세상읽기] 김준일 | ‘뉴스톱’ 대표

필자가 경향신문에 다니던 2010년 초 일이다. 사내에 흉흉한 얘기가 돌았다. 국가정보원 직원이 기업마다 전화를 걸어 ‘경향신문에 광고하셨네요. 잘 봤습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기업 홍보실 관계자가 경향신문에 알려준 사실이다. 실제 당시 경향신문 대기업 광고 수주액은 적잖이 감소했고 사원들은 다음달 월급 걱정을 하며 기사를 썼다. 이명박 정부 때 일이다.

믿기 힘든 이 소문은 사실로 드러났다. ‘2017~2018년 국정원 불법사찰 관련 검찰 수사기록’이 최근 언론에 공개됐다. 2017년 검찰 조사를 받은 한 국정원 직원은 2010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실 산하 언론비서관실로부터 ‘진보성향 특정 일간지의 광고 수주 동향 및 견제 방안’을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른 국정원 직원은 “경향신문이 정부에 비판적이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였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동아일보 출신 이동관, 언론비서관은 경향신문 출신 박흥신이었다. 물론 이들은 국정원 직원 진술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동관이 이명박 정부 홍보수석이던 시절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 제목은 아래와 같다.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 쇄신 추진방안’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 등. 불편한 보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넘어, 공영방송의 비판적 언론인을 일소하고 정권 친화적인 인물들로 채워 넣겠다는 구체적 실행 방안이 문건에 빼곡하다. 상단에는 ‘홍보수석실 요청사항’이라고 적혀 있지만 이동관 전 수석은 본인이 지시해서 작성된 문건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인하고 있지만 이동관이 홍보수석으로 일한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은 과거 언론 길들이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어느 정권이든 정권 친화적인 언론에 특혜를 주고 공영방송을 길들이려는 시도가 있었다. 다만 과거에는 정권 교체가 되더라도 공영방송 내부에서 진보와 보수가 공존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본인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인을 ‘말살’하려고 했다.

2010년 10월 당시 언론노조 조사 결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징계받은 언론인이 무려 180명이었다. 8명이 해고를 당했고 정직 30명, 감봉 32명에 재판 중인 언론인도 61명이었다. 박정희 유신 시절인 1974~75년 자유언론실천운동 당시 동아일보(134명)와 조선일보(32명) 기자들 무더기 해고, 그리고 1980년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 통폐합 대량해고(717명)에 비견될 만한 숫자다. 이동관 시대부터 언론의 노선 경쟁은 생존투쟁이 되었다. 보도는 거칠어졌고 정파적이 되었다. 언론판 오징어게임이다.

‘언론장악 기술자’ 이동관이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곧 돌아온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1일 “나는 20여년을 언론계에 종사했던 언론인 출신이고 자유민주 헌정 질서에서 언론자유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역시 윤석열 대통령과 닮았다. 지난해 4월 신문의 날에 윤석열 당선자는 “언론의 자유는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큰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 다 언론자유를 언급했지만 언론자유를 지키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은 그간 행동으로 보여줬다.

이동관의 장점(?)은 공공연한 언론장악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법적,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와 매우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서울 한복판 이태원에서 159명이 깔려 죽어도, 부실한 홍수관리로 충북 오송 지하차도에서 여럿이 물에 빠져 죽어도, 무리한 수중 수색으로 해병대 병사가 급류에 휩쓸려 죽어도, 이 정부에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이동관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라야 한다. 방송장악의 전초전으로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교육방송(EBS) 등 공영방송 이사들을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해임하려는 절차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방통위가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불법의 증거를 모으고 기록을 남겨야 한다. 잘못한 일에는 정당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이는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이야기가 아니다.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다. 상식적인 국민과 언론인의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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