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 주민들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옆에 서 있다. 포크로우스크/로이터 연합뉴스
[세계의 창] 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70년 전 한국전쟁을 임시적으로 종식시킨 정전협정을 어떻게 봐야 할까? 휴전은 3년간의 끔찍한 유혈 사태를 끝내고 당사자들이 협정 조건을 위반하지 못하도록 국제적 체제를 만들었다. 70년 동안 지속된 점으로 봐 꽤 내구성이 있음이 입증됐다. 하지만 정전협정은 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지 못했다. 휴전선은 한국 땅뿐 아니라 가족, 문화, 한국어,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모든 한국인의 영혼을 가른다.
1970년대까지 휴전은 비교적 비슷한 두 나라를 나눴다. 남북한 모두 권위주의 정권을 수립하고,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경제를 재건하고, 다소 보수적이고 편협한 문화를 유지했다. 그러다 한국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 민주적 제도와 개방적 문화를 지닌 훨씬 번영하는 국가가 됐다. 오늘날 비무장지대(DMZ)는 완전히 다른 두 세계를 가르고 있다. 휴전은 생명들을 살렸지만 동시에 매우 아픈 분열을 제도화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러 면에서 한국전쟁과 닮았다. 러시아는 침공 초기에 우크라이나의 전 영토 점령에 실패했다. 우크라이나는 비록 병력 지원은 없어도 한국처럼 강력한 동맹국들의 도움을 받아 반격했다. 1년여를 치고받다가 양쪽은 교착 상태에 이르렀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국과 유럽이 지원하는 군사 장비로 러시아군을 돈바스 지방에서, 어쩌면 크림반도 밖으로도 밀어낼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그런 점을 염두에 두면서 러시아군 전면 철수와 2014년 이전 영토 회복을 추구하는 평화 계획에 대한 국제적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점령지 깊숙이 파고들어 요새와 지뢰밭을 구축해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내부의 정치적 변화에 대한 기대는 좌절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의 반란 시도 등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적 돌파구나 러시아에서의 정치적 돌파구 없이는 양쪽은 1953년 한국군이 맞닥뜨린 상황을 그대로 보게 될 것이다. 그들은 전선의 양쪽에 갇혀 앞뒤 방향으로 조금씩만 움직일 것이다.
그런 시나리오라면 국제 중재자들은 휴전을 제안할 것이다. 러시아가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러시아 연방에 편입시켰지만 국제사회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휴전은 분쟁 종식뿐 아니라 이런 점령지의 정치적 상황도 다뤄야 한다. 러시아는 모호한 상태에 놓인 지역을 다루는 데 익숙하다. 조지아와 몰도바에서 동결된 분쟁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러시아계의 독립적 영역을 만들어 두 나라의 영토적 통합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패턴에 따라 러시아는 돈바스와 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가 단일 정부로 기능하는 것을 더 어렵게 하고 유럽연합(EU) 가입 계획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성격의 휴전은 우크라이나를 유럽의 가장자리에서 영토가 침해당하고, 경제적으로 어렵고, 서구 동맹에 완전히 통합되지 못한 회색지대로 만들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돈바스와 크림반도 주민들이 국제적 감시를 받는 투표나 이 지역 내 정치적 경쟁을 거쳐 우크라이나에 다시 합류하기를 기대할 수도 있다. 유럽의 지원이나 유럽을 상대로 한 무역의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의 전망이 러시아보다는 밝다. 따라서 우크라이나가 2024년에 러시아와 휴전한다면 2094년까지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는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전은 일시적일 것이다. 그것은 전투 재개로 이어지거나 경제적·정치적 현실 때문에 기반이 약화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휴전을 응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어느 쪽도 아직 싸움을 멈출 생각이 없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영웅에 대한 경구를 바꿔 표현하자면, ‘휴전이 없는 나라를 불쌍히 여기라, 아니, 휴전이 필요한 나라를 불쌍히 여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