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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지구촌 학부모 애태운 ‘새만금 잼버리’

등록 2023-08-07 15:40수정 2023-08-07 18:34

2023 세계잼버리의 캐릭터인 새버미. 김재욱 화백
2023 세계잼버리의 캐릭터인 새버미. 김재욱 화백

청소년들이 심신훈련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시작된 스카우트는 ‘정찰’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 1907년 영국군 지휘관 로버트 베이든파월이 브라운시섬에서 20명의 소년과 함께 야영을 벌인 것이 시초다. 앞서 베이든파월은 1899년 10월 남아프리카에 거주하는 네덜란드계 보어인과 영국인 사이에 벌어진 보어 전쟁에 참전할 당시, 소년들에게 정찰 임무를 맡겨 예상 밖 성과를 거둔다. 병력 부족으로 열세였던 영국군은 이듬해까지 217일간 포위공격을 방어해냈는데 소년 척후병 활용이 승리의 한 요인으로 꼽혔다. 소년들을 대상으로 보다 체계적 훈련이 필요하다고 느낀 베이든파월은 브라운시섬 야영 이듬해인 1908년 보이스카우트연맹을 출범시켰다.

보이스카우트 세계사무국이 1920년 설립되고 그해 영국 런던 올림피아홀에서 세계야영대회가 열린다. 베이든파월은 이 대회를 ‘잼버리’(jamboree)라고 이름 붙였다. 34개국 8천명의 스카우트들이 참가한 1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시작이었다. 잼버리의 어원은 ‘즐거운 놀이’ ‘유쾌한 잔치’라는 뜻의 북미 인디언 말 ‘시바리’(shivaree)가 유럽으로 넘어오면서 전음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첫 대회는 현재처럼 야외활동 위주가 아니라 발표회나 전시회를 포함한 옥내 행사가 대부분이었다. 이후 잼버리는 올림픽처럼 4년마다 개최되고 있으며, 대회가 열리기 6년 전 세계스카우트총회에서 투표를 거쳐 개최국이 정해진다. 지구촌 청소년들의 야영축제로 명성을 쌓으면서 각국의 잼버리 유치경쟁도 치열해져갔다.

시민들이 4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공원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을 구경하고 있다. 잼버리 부지는 약 267만평(8.84㎢)에 달한다. 연합뉴스
시민들이 4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공원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을 구경하고 있다. 잼버리 부지는 약 267만평(8.84㎢)에 달한다. 연합뉴스

한국은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첫 잼버리 행사를 치렀다. 아시아에선 필리핀과 일본에 이은 3번째 개최국이다. 1922년 조선소년군, 조선소년척후대를 전신으로 삼는 한국스카우트연맹은 창립 100주년(2022년)을 기념해 두번째 잼버리를 유치하려고 일찌감치 공을 들여왔다. 2011년 4월부터 예비후보지 공모에 나선 것이다. 전라북도는 2012년부터 새만금에 잼버리를 유치하려고 나섰는데, 새만금 개발에 정부 지원을 끌어내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첫번째 개최지인 강원도 고성과 경합을 벌인 끝에 새만금은 2015년 9월 국내 잼버리 후보지로 정해진다. 이듬해 정부 지원을 받는 국제행사 심사를 통과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재외공관과 협력해 164개 스카우트 회원국을 상대로 득표를 호소하고 다녔다.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스마트 잼버리라는 키워드를 앞세우기도 했다. 이후 새만금은 2017년 8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연맹 총회에서 폴란드(그단스크)를 누르고 2023년 잼버리 개최지로 최종 결정됐다.

오랜 기간 공 들인 유치 작전과는 대조적으로, 지난 1일부터 열린 새만금 잼버리(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준비 안 된 축제’로 고전하고 있다. 그늘막과 물 부족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한 야영장, 배수가 되지 않아 침수된 텐트, 곰팡이가 핀 구운달걀, 비위생적인 샤워공간 등 새만금은 ‘견디기 힘든’ 장소로 전락했다. 부실운영 논란에도 12일까지 완주할 것으로 보였으나 태풍 예고까지 겹치면서 결국 7일 모든 대원이 새만금을 떠나는 것으로 결정됐다. 

2023 새만금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지난 6일 밤 서울 시티투어버스 광화문 정류장에 모여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지난 6일 밤 서울 시티투어버스 광화문 정류장에 모여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전세계 158개국에서 보인 참가자 부모들의 속은 타들어갔다. 청소년 참가자들의 연령대는 만 14~17살이다. 16살 아들을 새만금 잼버리에 보낸 영국 엄마는 지난 5일 가디언에 “잼버리에 참가한 아들이 엉망진창(난장판)이라고 했다. 스카우트의 모토는 ‘준비하라’(be prepared)인데 한국 정부는 그렇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 그녀는 며칠간 새벽 4시에 일어나 노심초사했고 야영장 조기 퇴영 소식을 듣고서야 안도했다. 6일 한국방송과 인터뷰 한 스웨덴 참가자의 아빠는 아들 걱정에 새만금 야영장을 직접 찾아와 현장 상황을 확인하기도 했다.

황보연 논설위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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