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터가 풍수지리적으로 흉지라는 주장의 연원은 조선시대까지 올라간다. 세종 집권 15년째인 1433년 최양선이라는 풍수 관료가 지금의 청와대를 포함한 경복궁 터가 나쁜 기운이 모이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관료들도 그에게 동조하고 나서자 세종은 직접 북악산에 올라가 살펴보기로 한다. 세종은 북악산 정상에서 한양을 둘러본 뒤 경복궁 터를 명당이라고 결론 내린다. 최양선에 대해서는 ‘미치고 망령된 사람으로 실로 믿을 것이 못 된다’고 혹평한다.
최양선은 세조가 집권한 뒤에도 경복궁 흉지설을 주장하는 상소를 올린다. 세조는 1464년(세조 10년)에 팔순의 최양선을 경복궁으로 부른다. 그러나 최양선은 젊은 풍수 관료들에게 논박만 당한다. 이때의 장면을 사관은 ‘성질이 우활하고 기괴하며 험악하여 자기 소견만이 옳다 하고 음양과 지리에 정통하다고 하니 천하의 미친놈(天下之妄人)이다’라고 기록했다고 한다. (김두규, <권력과 풍수>, 2021)
‘청와대 흉지설’을 처음 주장한 사람은 풍수학자인 최아무개 전 서울대 교수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93년 ‘청와대 터의 풍수적 상징성은 그곳이 살아 있는 사람들의 삶터가 아니라 죽은 영혼들의 영주처’라고 주장하면서 ‘역대 대통령들이 신적인 권위를 지니고 살다가 뒤끝이 안 좋았다’고 했다고 한다. 여기에 풍수깨나 안다는 지관과 역술가, 그리고 무속인까지 대거 동조하고 나서면서 청와대 흉지설이 굳어진다. 김두규 우석대 교수는 “터의 좋고 나쁨을 보려거든 그곳에서 살았던 3대를 보라는 말이 있다”며 태종, 세종, 세조 때 조선이 번창했음을 들어 청와대 흉지설을 일축한다. 불행한 말년을 겪은 대통령들은 개인의 불행일 뿐 땅은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청와대 용산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이던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김용현 경호처장과 함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한 백재권 사이버한국외대 교수는 ‘남산타워가 청와대를 겨누고 있다’는 이유로 청와대 흉지설을 주장한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멘토’로 거론됐던 천공도 청와대 터가 악한 기운이 몰려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국민의힘은 백 교수를 “풍수지리학계의 권위자”로 추어올리지만 천공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백 교수도 자신이 천공과 비교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풍수와 무속은 ‘과학’과 ‘괴담’의 차이만큼 크다는 것일까.
이춘재 논설위원
c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