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 대학 누리집 갈무리
지난해 대통령 관저 선정을 위해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둘러본 이가 역술인 천공이 아니라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였다는 경찰 수사 내용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백 교수를 “풍수지리학계 최고 권위자”라고 추어올리며 대통령실을 옹호하자, 여당 내에서조차 비판이 나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풍수학 최고권위자에게 무속 프레임을 씌우지 말라는 말이 정말 대한민국 집권여당에서 공식 논평으로 나온 것이 맞냐”며 “무속이 아니라 풍수라고 하기보다는 앞으로 이런 사람들이 국정의 현장에서 자주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고 이 해명(같지 않은 해명)을 왜 당사자인 대통령실이 아니라 여당에서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전 대표의 지적은 같은 날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내놓은 논평을 겨눈 것이다. 강 대변인은 논평에서 “백 교수는 풍수지리학계 최고 권위자로 청와대이전TF는 백 교수의 풍수지리학적 견해를 참고차 들은 바 있으나 최종 관저 선정은 경호, 안보,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됐고 심지어 백 교수의 의견과는 다른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무속인이 연루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 “민주당은 그간 한 역술인이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근거 없는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그러면서 대통령 내외를 주술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발버둥 쳐 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백 교수는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김정숙 여사를 만나 조언한 적도 있다. 또 2017년에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부부까지 만났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역술인 ‘천공’의 대통령 관저 선정 개입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은 지난해 3월 서울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한 인물을 천공이 아닌 백재권 겸임교수로 잠정 결론낸 것으로 지난 21일 알려졌다.
이준석 전 대표는 또다른 게시물에서도 “풍수를 믿는지 관상을 믿는지는 개인의 자유이고, 풍수보는 사람이나 관상보는 사람에게 자기 돈을 갖다줘도 그건 내가 간섭할 바 아니다”라며 “그런데 공적인 판단을 하는데 풍수나 관상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위험하다. 앞으로 그런 우려가 없도록 하겠다고 하는 것이 맞다”고 국민의힘의 대응을 비판했다. 이어 “그게 아니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풍수를 쉴드치면서 오염수 문제를 ‘과학’으로 받아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당이 사안별로 단편적으로 무조건 반사를 해버리니 풍수를 인정하면서 과학으로 남을 설득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어버렸다. 둘중에 굳이 선택하라면 풍수보다는 과학을 선택하고 그 이야기만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백 겸임교수가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한 데 대해 대통령실에 해명을 촉구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백씨가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보도는 충격적으로, 중대한 국정 사안을 풍수지리가의 조언을 들어 결정한다는 건 언어도단”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떳떳했다면 천공 개입 의혹이 터졌을 때 왜 숨겼나. 대통령실은 왜 지금 침묵하느냐.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한 일이기 때문에 감추려 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민주당이 풍수 전문가에게 무속인 프레임을 씌우려 한다’는 국민의힘의 지적에도 “기가 막히다. 그러면 국가 인사에 관상가를 부르고 국가 행사의 택일에 사주명리가를 부르는 건 괜찮다는 말이냐”고 맞받았다. 박 대변인은 “풍수지리가의 국정 개입을 정쟁으로 몰아가려는 것이 아니라면 국민의힘은 억지 주장을 당장 멈추고, 대통령실은 공식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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