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무거운 물체(질량·중력)는 주변 공간을 휘게 만들며 빛은 이런 공간을 지날 땐 자연스럽게 휘어진 경로를 따라간다. 이런 현상은 일반상대성이론 발표 4년 뒤인 1919년 영국 천문학자 스탠리 에딩턴이 일식 때 태양 근처를 지나는 별빛이 휘어지는 걸 관측해 사실로 입증됐다.
우주에서 이런 현상은 통상 중력렌즈 효과로 나타난다. 예컨대 먼 ‘은하 A’와 우리 지구 사이의 중간에 ‘은하 B’가 있다고 하자. 그러면 은하 A에서 나온 빛은 은하 B 근처를 지날 때 휘어져 우리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은하 A의 위치는 실제 위치와 달라진다. 마치 은하 B의 중력이 빛을 휘게 하는 돋보기 구실을 한다고 해서, 중력렌즈 효과라고 한다.
은하의 질량과 중력은 관측을 통해 계산해낼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계산해낸 은하 B의 중력 크기만으로는 빛을 그렇게 많이 휘게 할 수 없다면, 그래서 계산값보다 몇배 더 큰 중력이 있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 우주에서 이런 난감한 일이 확인되자, 천문학자들은 은하에 별이나 성간물질 등 말고 눈에 보이지도 관측되지도 않는 뭔가가 더 있어서 중력이 커진 게 아닐까 생각하기 시작했고, 이 보이지 않는 뭔가에 암흑물질이란 이름을 붙였다.
현재 우주는 138억년 전 한 점에서 폭발한 뒤 팽창해 지금에 이른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이른바 빅뱅우주론이다. 우주 팽창은 1929년 미국의 천문학자 허블의 관측으로 확인되었지만, 팽창 속도는 수많은 별과 은하, 은하단의 중력이 작용하면서 결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1990년대 우주팽창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런 예상은 뒤집혔고, 이제 관심은 무엇이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는가로 모아졌다. 천문학자들은 이번에는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는 알 수 없는 이 힘을 암흑에너지라고 불렀다.
놀랍게도 우주는 지구나 별, 성간물질 같은 관측 가능한 물질이 5%도 채 안 되고, 나머지는 암흑물질 27%, 암흑에너지 68%로 이뤄졌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것이다.
얼마 전 유럽에서 이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을 발사했다. 지구에서 태양 반대 방향으로 150만㎞ 떨어진 제2 라그랑주 점에서 앞으로 6년 동안 우주의 3분의 1 영역을 탐사한다고 한다. 암흑의 정체를 풀어내길 기대한다.
박병수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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