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과학

암흑 물질을 찾아서…유클리드 우주망원경 발사

등록 2023-07-01 13:31수정 2023-07-02 07:03

유럽우주국의 2조원 10년 프로젝트 결실
우주 95% 차지하는 암흑물질·에너지 탐구
6년간 15억개 은하 관찰…우주 지도 작성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제2라그랑주점에서 관측 활동을 하는 유클리드우주망원경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제2라그랑주점에서 관측 활동을 하는 유클리드우주망원경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
현대 우주론의 가장 큰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인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한 우주망원경이 발사됐다.

유럽우주국(ESA)은 7월1일 오전 11시12분(한국시각 2일 오전 0시12분)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우주군기지에서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을 팰컨9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유클리드 망원경은 10여년에 걸쳐 14억유로(약 2조원)를 들여 개발한 대형 우주 프로젝트의 성과물이다.

무게 2.1톤, 높이 4.7m, 지름 3.7m의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은 앞으로 한달간의 우주여행 뒤 관측지점인 제2라그랑주점에 도착한다. 지구에서 태양 반대 방향으로 150만km 떨어져 있는 이곳은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우주를 관측하는 최적의 장소 가운데 하나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도 여기서 관측 활동을 하고 있다.

유클리드는 이곳에서 6년 동안 하늘의 3분의 1 이상 영역에 있는 최대 100억광년 거리의 15억개 은하들을 관측하면서 우주의 시공간 지도를 작성한다.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로켓에 실려 이륙하고 있는 유클리드 우주망원경. 유럽우주국 제공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로켓에 실려 이륙하고 있는 유클리드 우주망원경. 유럽우주국 제공
허블이 25년 본 하늘을 이틀만에

이를 위해 은하의 모양을 관측하는 가시광선 카메라(VIS)와 은하의 빛 밝기와 적색편이 정도를 측정하는 근적외선 분광계·광도계(NISP) 두 가지 관측장비를 탑재했다. 적색편이란 빛을 내는 물체가 멀어질수록 파장이 길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가시광선 중 적색의 파장이 가장 긴 데 착안해 붙인 이름이다.

6억화소의 가시광선 카메라는 한 번에 보름달 2배 크기의 하늘 영역을 허블과 같은 해상도로 촬영한다. 시야각이 허블의 200배다. 허블이 25년 동안 관측한 범위의 하늘을 단 이틀만에 들여다본다. 분광계·광도계는 3개의 근적외선 파장대역에서 15억개 은하의 밝기와 모양을 측정하고, 그 중 가장 밝은 은하 2500만개는 스펙트럼을 상세하게 분석한다. 관측 데이터는 하루에 최대 750기가비트까지 지구로 보낸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의 임무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의 특성을 밝혀내 우주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이런 구조를 이루게 됐는지 탐구하는 것이다.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는 5%의 물질과 27%의 암흑 물질, 68%의 암흑 에너지로 구성돼 있다. 물질을 제외한 두 가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암흑 물질은 빛을 방출하거나 반사하지 않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자체 질량을 갖고 있다. 따라서 중력과 비슷한 효과로 은하들을 모아주는 자석 같은 역할을 한다. 반면 암흑 에너지는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암흑 물질은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존재를 확인할 뿐이다. 중력렌즈로 ​​굴절돼 보이는 은하의 이미지를 분석해 추정한 암흑 물질의 분포도(파란색). 출처: NASA, ESA, M. Jee 및 H. Ford(Johns Hopkins University)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암흑 물질은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존재를 확인할 뿐이다. 중력렌즈로 ​​굴절돼 보이는 은하의 이미지를 분석해 추정한 암흑 물질의 분포도(파란색). 출처: NASA, ESA, M. Jee 및 H. Ford(Johns Hopkins University)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 어떻게 관측할까

과학자들은 유클리드의 중력렌즈 관측을 통해 암흑 물질의 실체를 파악할 계획이다.

중력렌즈란 멀리 떨어진 천체에서 나온 빛이 거대한 천체들의 중력 영향을 받아 빛이 증폭되면서 굴절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암흑 물질엔 질량이 있으므로 유클리드망원경이 포착한 중력렌즈를 분석하면 은하에 의한 것과 암흑물질에 의한 중력렌즈 효과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생각이다.

영국 더럼대의 마틸드 주작 교수는 <가디언>에 “암흑물질이 어떤 입자로 구성돼 있는지에 따라 중력렌즈의 모양도 달라질 것”이라며 이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암흑 에너지는 은하 사이의 거리 변화, 초신성 빛이 멀어지는 속도 등을 통해 추적한다. 영국 서섹스대의 스티븐 윌킨스 교수(천문학)는 “유클리드를 통해 우주를 깊이 들여다보면서 서로 다른 시기의 우주 크기를 비교하면 언제부터 우주 팽창 속도에 변화가 생겼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클리드우주망원경이 관측하게 될 하늘 영역. 다양한 색조의 회색 지역은 6년의 관측 기간 동안 한 해에 관측할 영역을 나타낸다. 유럽우주국 제공
유클리드우주망원경이 관측하게 될 하늘 영역. 다양한 색조의 회색 지역은 6년의 관측 기간 동안 한 해에 관측할 영역을 나타낸다. 유럽우주국 제공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은 1927년 벨기에 천문학자 조르주 르메트르와 1929년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발견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우주 물질이 갖고 있는 중력으로 인해 팽창 속도는 점차 느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다 1998년 초신성을 관찰하면서 우주의 팽창 속도가 60억년 전부터 가속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러나 무엇이 중력에 반하는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천체물리학자들은 미지의 암흑 에너지를 그 힘의 원천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나사 제트추진연구소의 제이슨 로디스 선임연구원은 “25년이 지난 지금 우주의 가속 팽창은 천체물리학에서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미스터리 중 하나”라며 “유클리드가 이 수수께끼를 탐구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17개국 과학자 1600여명으로 구성된 유클리드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는 파리천체물리학연구소 야닉 멜리에 박사는 <네이처>에 “유클리드의 관측 결과는 자연의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데 하나의 혁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왼쪽)과 낸시그레이스로먼 우주망원경. 두 망원경을 나사 제공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왼쪽)과 낸시그레이스로먼 우주망원경. 두 망원경을 나사 제공
관측 활동은 10월부터…내년부터 데이터 공개

2020년대 후반에는 미 항공우주국(나사)이 계획 중인 두 대의 망원경도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 탐구에 합류한다. 하나는 2024년 말 가동을 시작하는 칠레의 베라루빈 천문대(Vera C. Rubin Observatory), 다른 하나는 2027년 제2라그랑주점으로 발사하는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Nancy Grace Roman Space Telescope)이다. 세 망원경은 각각 서로 다른 파장과 시야로 하늘을 관측하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꿔준다.

유클리드의 반사경은 지름 1.2m로 로먼 망원경 반사경(2.4m)의 절반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해상도는 좋지 않지만 훨씬 더 넓은 영역을 볼 수 있다. 로먼 망원경은 유클리드보다 정밀하고 깊게 관측할 수 있지만 관측 범위는 유클리드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유클리드는 우주 나이 30억년, 로먼은 20억년 시절의 모습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지상에 있는 루빈 천문대는 이렇게까지 멀리 볼 수는 없지만 관측 범위는 가장 넓다. 반사경 지름이 8.4미터에 이른다.

유클리드는 몇달간의 보정작업을 거쳐 10월부터 관측 활동에 들어간다. 2025년부터 정기적으로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임무 기간은 6년이지만 다른 우주망원경들처럼 설계 수명 시한을 넘어서도 관측 임무는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얼음위성 미란다 ‘지하 바다’ 품었나…생명체 존재 가능성 1.

얼음위성 미란다 ‘지하 바다’ 품었나…생명체 존재 가능성

태양보다 큰 9600도 ‘직녀성’, 행성 낳기 실패? 2.

태양보다 큰 9600도 ‘직녀성’, 행성 낳기 실패?

노화 척도 ‘한 발 버티기’…60대, 30초는 버텨야 3.

노화 척도 ‘한 발 버티기’…60대, 30초는 버텨야

세계 최고층의 유혹…‘1km 제다타워’ 우뚝 솟는다 4.

세계 최고층의 유혹…‘1km 제다타워’ 우뚝 솟는다

“보이저, 일어나!”…동면하던 ‘보이저 1호’ 43년 만에 깨웠다 5.

“보이저, 일어나!”…동면하던 ‘보이저 1호’ 43년 만에 깨웠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