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는 일종의 ‘전략적인 칭찬’이다. 미국 주간지 <타임> 편집장을 지낸 리처드 스텡걸은 저서 <아부의 기술>에서 “자기 자신이 유리한 입장에 놓이도록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높이는, 현실에 대한 조작”이 아부라고 정의했다.
아부는 권력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사람들은 상대의 말이 아부인 줄 알면서도 빠져든다. 자긍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신에 대한 칭찬을 아부라고 여기는 게 아니라, 아부하는 이의 안목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사람 제대로 볼 줄 안다’는 것이다.
또한 아부는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생화학 작용을 일으킨다. 생의학자 마이클 맥과이어는 버빗원숭이 무리를 연구한 결과, 복종하는 수컷의 혈관에 흐르는 세로토닌에 비해 지배하는 수컷의 혈관에 두배 많은 세로토닌이 흐른다고 보고했다. 우두머리 원숭이는 밑에 있는 녀석들이 자신을 추종하는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세로토닌 수치가 올라갔다고 한다. 상대의 아부가 세로토닌을 요동치게 한다는 의미다.
권력자를 기쁘게 하는 아부는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앨 고어 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이 농담을 던지면 제일 큰 소리로 제일 오랫동안 웃었다고 한다. 클린턴 대통령을 소개할 때는 “역사가 위대하다고 기억할 대통령”이라고 했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72번째 생일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조국을 대표해 당신의 리더십 아래 복무한다는 사실에 황송하다”고 썼다.
최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조국 일가 대입 부정 사건을 수사 지휘하는 등 대입 제도에 누구보다도 해박한 전문가”라고 추어올려 “천재적인 아부”(유승민 전 의원)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영선·류성걸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논란에 수조물을 마시는 엽기행각을 벌였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확산되자 ‘직을 걸고’ 사업을 백지화시켰다.
아부받는 사람은 아부가 진심이든 거짓이든 개의치 않는다고 <아부의 기술>은 전한다. 오히려 다른 이들보다 아부꾼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과분한 칭찬과 아부에 익숙해지면 자신의 과오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 당사자가 대통령이면 문제는 더 크다.
최혜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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