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이강국 |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하반기부터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육아 부담을 덜어 저출산 문제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였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비판이 높다. 시대전환의 조정훈 의원은 이미 월 100만원에 쓸 수 있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법안을 발의했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에 찬성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가난한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며 돌봄노동의 가치를 더욱 낮게 평가하도록 만들 것이라는 반대가 크다.
그럼에도 2100년이면 현재보다 인구가 약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 앞에서 한국도 나라의 문을 활짝 열 필요가 있을 것이다.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는 사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 특집을 보면,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전세계 출산율이 2.3까지 하락했고, 15개 경제대국은 모두 대체출산율이 2.1 미만으로 세계적인 베이비버스트(출산율 급락)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여러 선진국에서 그렇듯 심각한 고령화는 경제 성장이나 정부 재정뿐 아니라 혁신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허 중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혁신적인 발명은 연구자가 젊을 때 출원하고, 늙어가는 사회는 기업가 정신도 낮아지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국민의 출산율을 갑자기 높이기 어려우니 그나마 대안은 외국인을 더 많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실제로 여러 선진국에서 팬데믹으로 둔화했던 이민은 2022년 이후 급등했고 각국은 젊은 외국인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경쟁하는 중이다. 이들은 부족한 일손을 메꾸고 소비를 하며 세금을 낼 뿐 아니라 창업도 촉진할 수 있는데, 실제로 미국에서는 외국인 창업 비율이 미국인보다 약 80%나 더 높다고 보고된다.
예컨대 캐나다는 2023~2025년 동안 150만명의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계획을 제시했고 영국은 홍콩으로부터 이주를 촉진하고 있다. 독일은 외국인 비중이 전체의 16%나 될 정도로 높지만 시민권을 받기는 어려웠는데, 최근 외국인의 시민권 신청을 위한 거주 기간을 8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전문인력은 3년으로 낮추기로 했다. 또 전문적인 인재를 대상으로 혜택이 나은 유럽연합 블루카드를 허가하고 외국인에게 이중국적 허용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외국인 비중이 매우 낮지만 아베노믹스 이후 국외 전문인력에 대한 유치 노력을 강화했고 2019년 출입국재류관리청을 신설했다. 특히 간호 등 일손이 부족한 산업의 외국인 고용을 늘리기 위한 비자를 신설하여, 이 제도로 입국한 외국인이 2019년 약 1600명에서 2022년 약 14만명으로 급증했다. 또한 교토와 같은 지자체는 외국인 청년들이 창업하는 경우 체류 자격을 주는 비자를 도입했다. 필자의 대학에 유학 온 중국 학생들은 큐아르(QR) 코드로 음식을 주문·결제하는 펀포라는 스타트업을 2020년 창업하여 활약하고 있다.
한국은 2022년 외국인 취업자가 약 84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약 3%인데 이는 2019년보다 약 2만명 줄어든 수준이다. 이들 중 약 70%가 일손이 부족하고 내국인 기피 업종인 3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유학을 온 외국인 학생들이 졸업 후 취직하는 경우는 적고, 특히 창업이나 혁신적인 분야에서 성공한 외국인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은 외국인 유학생들의 국내 취업 비중이 30%를 넘고, 외국인 취업자 중 전문인력 비중이 약 23%로 한국보다 훨씬 높다.
다가올 인구 감소와 인력 부족 앞에서 우리도 세계의 추세를 따라 전문인력을 포함한 이민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이민청 설립을 추진하고 국외 인재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표명했지만, 인력을 유치하는 세계적인 경쟁 속에서 다른 선진국들에 뒤처지고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도 한국에서는 가사도우미처럼 흔히 외국인을 값싼 노동력일 뿐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위험의 첨병으로 노동조건이 열악하며 일상적인 차별에 직면하고 있다. 이민 확대 노력과 함께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노동자를 비용으로만 취급한다면 한국인도 늘기 어렵고 외국인도 정착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라의 문을 열고 외국인을 받으려 하기 전에 스스로부터 돌아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