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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무당층이 ‘여의도 1당’…농담이 진담 되려면

등록 2023-04-25 17:50수정 2023-04-26 02:36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층’이 늘고 있다. 한국갤럽의 4월 3주 조사를 보면 무당층은 31%로 국민의힘(32%), 더불어민주당(32%) 지지층과 거의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초만 해도 무당층 비율은 18%였지만, 이젠 거대 양당 지지율에 근접한 수준이다. 여야 대결정치에 대한 피로감과 실망 등이 ‘지지정당 없음’으로 나타난다. 정치권에선 “이대로 가다간 무당층이 여의도 제1당이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농담이 나온다.

‘기댈 곳 없는’ 유권자들의 수요를 반영해, 그간 큰 선거를 앞두고 수많은 제3지대 정당이 출현해왔다. 1992년 14대 총선을 앞두고 창당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통일국민당은 ‘독재 대 민주’ 구도 대신 경제 문제를 부각시켰고, 31석을 얻어 단숨에 원내 제3당으로 부상했다. 15대 총선에선 김종필 총재의 ‘충청 핫바지론’이 충청권 바닥민심을 자극하면서 자유민주연합이 50석을 확보하는 기염을 토했다. 20대 총선 때는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이 호남의 반문(반문재인) 정서를 타고 38석을 확보해 ‘녹색바람’을 증명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선주자급 인물 또는 탄탄한 지역 기반이다. 하지만 수명은 길지 않다. 통일국민당은 정 회장이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와해됐다. 자민련과 국민의당 역시 대선을 거치며 기존 정치세력에 흡수되는 패턴을 피하지 못했다. 제3지대의 실패는 양당 체제가 더욱 공고화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극단적 진영 싸움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의 호응을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무당층 비율도 주된 근거로 제시된다. 하지만 21대 총선 직전인 2020년 3월17~19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무당층 비율은 28%였지만, 총선에서 양당의 지역구 득표율 합계는 91%였다. 막상 ‘무당층’ 대부분은 거대 양당을 찍거나 투표를 포기했다는 뜻이다. 선거가 치열할수록 기존 정당의 구심력 또한 강해진다. 무엇보다 제3지대가 살아남으려면 지역·인물은 물론 유권자들이 ‘지지할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정치 혐오에 편승하는 것만으로 제3지대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최혜정 논설위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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