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찾아서] 참여정부 천일야화 12화 첫 장관 연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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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는 개혁정부가 돼야
기술혁신·시장개혁·문화혁신,
동북아시대·균형발전 나아가야
검찰 아닌 국민이 정부 지켜줘” 이창동 “권위주의 타파가 핵심”
김두관 “언론개혁에 정권 성패”
유인태 “이번 조각은 파격, 혁명”
조영길 “군·검 기수 인사가 문제”
고건 “햇빛은 최고의 살균제”

노무현 대통령은 각료, 청와대 수석·보좌관들과 함께 과천 중앙공무원 교육원에서 1박2일 일정으로 국정토론회를 갖고 새 정부의 국정과제와 운영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가운데 “내각에 권한과 책임을 대폭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토론회 첫날인 2003년 3월7일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국정철학과 운영방향’을 주제로 직접 강연한 뒤 참석자들과 토론을 벌였으며 저녁엔 ‘정책 실패와 성공사례’에 대한 토론을 가졌다. 노무현사료관 제공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3월7일 오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나의 일생은 끊임없는 도전이었다. 막상 대통령이 되고 보니 앞으로 5년간 국민 먹을거리를 어떻게 장만하나 하는 고민이 앞선다. 첫째, 정치의 본질은 권력투쟁이다. 그러나 민심을 얻기 위해 왕도사상이란 것도 나오고, 국민에 대한 봉사가 필수다. 국민은 스스로 주인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에게 속지 않는다. 둘째, 정치는 기본적으로 조삼모사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국민을 기분 좋게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 셋째, 정치는 국방, 치안, 경제와 직결된다. 넷째, 국정비전을 내놓아 국민에게 길을 제시해야 한다. 국정은 근본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 통합하는 일이다. 다섯째, 적절한 위기관리가 필요하다.
참여정부는 개혁정부가 돼야 한다. 개혁정부란 첫째 왕성한 기술혁신이고, 둘째는 시장개혁이다. 재벌개혁을 포함한 시장개혁을 외국에서 지켜보고 있다. 기업은 단기적으로는 개혁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필요하면 속도조절은 하되 일회성이 아니라 5년 상시 개혁이 돼야 한다. 셋째, 문화혁신. 가치지향의 사회로 가자는 뜻이다. 페어플레이 문화, 원칙과 신뢰가 확립돼야 한다. 넷째, 동북아시대. 이는 시장 확대를 의미한다. 다섯째, 지방화.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부담과 갈등 비용이 크므로 균형발전이 필요하다.
개혁과제는 ①정치개혁. 정치권이 자율적으로 개혁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만일 안 하면 대통령이 당원들을 설득할 것이다. ②정부개혁. 영국의 대처 총리나 뉴질랜드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지만 나는 작은 정부를 공약한 적이 없다. 그보다는 ‘효율적 정부’가 중요하다. 조직 개편은 일거에 하지 않겠다. 1~2년 일해 가면서 천천히 하겠다. ③언론개혁. 국민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언론 스스로 하는 게 좋고, 정부가 나서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정부는 적어도 언론과 유착하지는 말아야 한다. 정부와 언론이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내가 대통령 당선된 것도 언론과 유착하지 않고 싸워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언론과 적당히 타협할 생각 없다. ‘가판 신문 안 보기’ 운동 같은 것이 필요하다. ④교육개혁. ⑤권력기관개혁. 앞으로 국정원장의 정치보고를 받지 않겠다. 국정원은 이제 창조적인 일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동북아시대에 맞는 새 역할, 남북문제나 국제적으로 할 일이 있을 것이다. 검찰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를 마지막으로 지켜주는 힘은 검찰이 아니고 국민이다. 5년간 당당하게 나가겠다. 대통령이 검찰에 의지하면 검찰이 국민 위에 군림한다.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불신받는 조직이 환골탈태하려면 서열을 타파하고, 과감한 발탁인사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학습, 진화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 장관은 공무원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일하는 10개 중 1개라도 채택될 거라는 신뢰를 줘야 한다. 공무원들을 신뢰하며 일을 시작하려고 한다. 과거 국정감사 뒷바라지하느라 정부부처 옆에 방 한칸 얻어놓고 불철주야 노력하는 공무원들을 보며 우리나라가 앞으로 잘 되겠구나 생각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3월7일 오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에서 국정운영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03년 3월7일 저녁 ‘참여정부 국정토론회’ 만찬장에서 정세현 통일부 장관(왼쪽부터), 노무현 대통령,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 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이 자유배식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은 각료, 청와대 수석·보좌관들과 함께 과천 중앙공무원 교육원에서 1박2일 일정으로 국정토론회를 갖고, 인사지침에 대한 검사들의 반발과 관련, “원칙적으로 법무장관에게 맡기려 했으나 대통령 인사권에 정면 도전하는 상황이어서 대통령 소관에 이르는 것으로 판단, 부득이 대처 안할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한 검사들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원할 경우 이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현사료관 제공

필자 이정우: 1950년 대구에서 나고 자랐다. 1974년 서울대 경제학과 학·석사를 마친 뒤 1983년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7~2015년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한 뒤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 2003~05년 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 정책기획위원장 겸 정책특보를 지냈다.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끊임없이 공부하는 경제학자를 자임하고 있다. ‘참여정부 천일야화’ 제목은 그의 친필이다. opini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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