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자식을 괴물로 만드는 부모. 김재욱 화백
학교폭력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학폭 탓에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치밀한 준비 끝에 ‘사적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일명 ‘고데기 학폭’이라 불린 과거 사건까지 소환된 터다. 지난 20일 서울행정법원은 학폭 사건 전담 재판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보면, 학교폭력은 신체적·언어적·성적 폭력은 물론 명예훼손·따돌림 등 학교 안팎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를 포괄한다.
일상회복으로 대면 수업이 확대되면서 학폭은 다시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교육부 주최 토론회에서 발표된 학폭 실태조사 분석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엔 언어폭력 경험률이 74.4%였는데, 2020년 비대면 수업이 시작될 무렵엔 54.0%로 줄었다가 일상회복이 시작된 2022년 73.2%로 다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폭력도 2018년 21.4%에서 2020년 12.7%로 낮아졌지만, 2022년에는 25.6%로 다시 상승했다.
학폭은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탓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드물게 표면화될 경우, 시도교육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린다. 학폭위는 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 선도를 위해 서면사과, 출석정지, 강제전학 등 다양한 조처를 교육장에게 요구할 수 있다.
문제는 사건 해결 과정에서 가해 학생의 부모가 보이는 태도다. 자녀의 행위를 꾸짖기는커녕, 감싸고 은폐하는 경우가 많다. ‘남의 자식 상처’보단 ‘내 자식 미래’를 더 중히 여기는 까닭이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이런 부모들의 민낯을 까발린다. 병원장, 변호사, 전직 경찰청장, 교사인 부모들은 부와 직업적 전문성을 활용해 자식의 학폭 사건을 묻어버리려 한다. 영화는 경고한다. ‘자식이 괴물이 되면 부모는 악마가 된다’고.
최근 학폭 관련 이슈가 잇따랐다. 연예인은 물론 방송 출연 비연예인까지 “학폭을 저질렀다”는 폭로가 이어지며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대중이 가장 주목한 건 신임 정순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다. 그는 학폭 가해자인 아들의 강제전학을 막기 위해 ‘끝장 소송’까지 벌인 사실이 드러나 낙마했다. 영화 속 문구를 바꿔 말하면 이런 뜻일 게다. ‘자식을 괴물로 만드는 건 결국 부모다.’
유선희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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