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다] 시드 마이어(1954~)
시드 마이어는 1954년 2월24일에 태어났다. 어릴 때 생활고도 가족의 죽음도 겪었지만, 기죽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마이어는 자서전에 썼다. 대학 시절에 컴퓨터 다루는 법을 익혔고, 컴퓨터 관련 회사에 들어갔다.
라스베이거스에 출장을 간 때가 1982년 무렵. 우연히 회사 동료 빌 스틸리와 ‘붉은 남작’이라는 비행기 조종 게임을 했다. 스틸리는 놀랐다. “나는 10년 전에 비행기 조종 면허를 딴 사람이에요. 어떻게 당신이 나보다 점수가 2배나 높죠?” 마이어가 대답했다. “나는 개발자거든요. 적기의 알고리즘을 파악했죠. 적기의 인공지능(AI)은 예측하기 쉬워요. 2주면 이보다 나은 게임을 디자인할 수 있어요.” 둘은 친구가 되었다. 함께 게임 회사를 차렸다. 마이어가 게임을 개발하면 수완 좋은 스틸리가 팔았다.
마이어와 스틸리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둘은 생각이 달랐다. 빌 스틸리는 비행기 게임을 계속 만들어 팔고 싶었지만, 마이어는 1987년에 해적이 모험하는 독특한 게임을 만들었다. 스틸리는 ‘시드 마이어의 해적!’이라는 이름으로 게임을 출시했다. “솔직히 나를 칭송하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시장에서 팔리지 않을 것 같다는) 자신감 부족의 징표 같았다”고 마이어는 회고한다. 아무려나 이때 이후로 ‘시드 마이어의 레일로드 타이쿤’처럼 그의 이름을 업은 개성 넘치는 게임들이 등장했다(몇 해 뒤 스틸리와 마이어는 결별한다).
1991년에는 ‘시드 마이어의 문명’을 만들었다. 중독성 강한 게임으로 소문난 ‘문명’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마이어 스스로가 밝혔다. “‘한 턴만 더’ 증상이 발현되면 ‘그만하기’를 선택하기가 솔직히 어렵다. 나도 ‘문명’을 하다가 ‘문명’ 회의에 늦어본 적이 있다.”
그런 그도 수십년 만지작거렸지만 성공시키지 못한 게임이 있다. 바로 공룡 게임이다. “‘공룡 세계관에서 가장 큰 재미를 누리는 것은 누구인가’라는 중요한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마이어는 끝내 공룡 게임 개발을 포기한다. 그가 멈춘 자리에서 누군가 새로 시작해 주기를, ‘문명’도 공룡도 좋아하는 나는 기대해 본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