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열린 강원 화천군의 산천어축제가 지난달 29일 누적 참가자 131만 명을 기록하며 폐막했다. 그래픽 박승연 피디
김산하 |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누구나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그렇게 위험한 것이 아니다. 이미 다수가 그것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기에 어느 정도 견제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나쁘다고 여기는 가령 범죄행위는 본질적으로 위험하며 그래서 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하지만 규제 덕분에 그것이 마구 확대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
진짜 위험한 건 다들 좋다지만 실은 문제적인 것이다. 여러 사람이 칭송하지만 실은 심각한 이면이 있는 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하다. 왜냐하면 확대재생산 되기 때문이다. 아무 문제의식이나 규제 없이 답습·소비됨으로써 그 문제를 더욱 키우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에 가장 위험하다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강원도 화천 산천어축제를 꼽을 수 있다. 기후변화와 팬데믹으로 3년 만에 재개된 이 축제는 오래전부터 숱한 문제점들이 제기돼 왔다. 특히 2018년부터 필자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동물이용축제의 문제를 지적했고, 서울대 수의과대학과 함께 국내 현황을 분석하며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한국 대표 지역축제로 일컬어지는 화천 산천어축제는 전국 여러 동물이용축제 중에서도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 지역에 있지도 않은 생물을 도입한 데다 동물에게 많은 고통을 야기한다는 점과 맨손잡기의 영향 및 화천천의 생태파괴 등이 그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러한 정보와 그 외 각종 문제점은 인터넷 검색 한 번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여기서는 보다 본질적인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축제가 말 그대로 하나의 축제로서 우리 사회에 자리매김한다는 건 그곳에서 하는 문화적 행위가 나름 긍정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산천어축제의 경우 ‘겨울 낚시’라는 문화적 형식으로 그 축제가 수용된다. 꽁꽁 언 강에 구멍 하나 내고 하는 낚시라면, 그건 할 만한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낚시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잠시 이를 제쳐놓고 보자. 고전적인 의미의 낚시는 고독한 낚시꾼이 긴 시간을 인내하며 물속 물고기와 벌이는 일종의 머리싸움이다. 미끼는 말 그대로 잡기 위한 전략의 도구로서, 물고기가 자발적 판단아래 이를 물기로 함으로써 ‘낚이는’ 것이다. 그래서 노련한 낚시꾼일수록 목표로 하는 물고기의 행동과 생태를 잘 파악하고 있다. 한마디로 물고기가 놓인 자연적 맥락이 전제된 행위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산천어축제는 낚시와 거리가 멀다. 너무나 많은 구멍에 그보다 더 많은 낚싯줄이 드리워져 있다. 세갈래로 갈라진 훌치기 바늘이 번뜩이며 빼곡히 채운 물속은 거의 수중 철조망이 쳐진 셈이다. 그래서 실제로 여기서 벌어지는 일은 낚시가 아닌 그냥 마구잡이 ‘걸림’이다. 이는 최근 <한국일보> 특집기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건진 물고기 중에 바늘을 입에 물고 있는 개체는 소수. 대부분 눈알, 아가미, 아랫배, 턱, 꼬리에 바늘이 마구 박혀 있다. 혼비백산으로 도망가려던 산천어는 몸의 여기저기가 걸리고 찢긴 채 건져 올려지고, 아이는 “한 마리 낚았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그래서 실제로 새 물고기를 투입할 때 반짝 잡히고 이내 뜸해지는 주기가 반복된다. 물에 부은 산천어가 낯선 곳에서 은신처를 찾다가 마구 걸리는 것이다. 어차피 먹을 건데 무슨 차이가 있냐고? 그렇다면 상상해보라. 그냥 양동이에다 놓고 마구 찌르는 작살축제는? 아예 더 나아가 도살축제는 어떤가? 당연히 사회적으로 수용되지 않을 것이다. 축제에서 벌어지는 행위의 실상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2020년 ‘동물이용축제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도 비공개하고 있다. 공개는 물론 더는 이 모델이 퍼지지 않게 하루속히 규제해야 한다. 산천어, 이제 그만 괴롭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