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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 자동차업계의 기린아에서 희대의 탈출극 주연으로

등록 2022-12-29 18:33수정 2022-12-29 18:51

[나는 역사다] 카를로스 곤(1954~)

아버지는 범죄자였다. 아버지의 도주 때문에 곤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교육받았다. 프랑스 명문 고등사범학교를 나온 뒤 자동차업계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는다. 미쉐린(미슐랭)에서 활약하고 프랑스 르노자동차에 뽑혀 가 구조조정을 맡았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곤을 일본 닛산자동차에 보냈다. 곤은 적자 회사였던 닛산을 흑자로 돌려세웠다.

성공에는 그늘이 따랐다. 르노 직원은 할 일이 너무 많아 스트레스로 자살했고, 닛산에서는 수만명이 정리해고 당했다. 2005년부터 곤은 르노와 닛산 두 기업을 직접 경영했다. 자기 아니면 안 된다는 욕심이었다. 르노를 맡으면 닛산 경영에선 손을 놓아야 했는데, 물러나지 않고 버틴 것이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빌려 개인 행사를 열고 눈총을 받기도 했다.

영광의 정점에서 곤은 몰락한다. 외국인 경영자로서 일본 사회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닛산을 르노에 합병하려 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닛산의 간부들이 곤의 치부를 일본 검찰에 몰래 제보했다. 2018년 곤은 2011~15년 소득 50억엔을 축소 신고한 혐의 등으로 공항에서 긴급체포된다. 여기까지는 야심 때문에 성공하고 야심 때문에 몰락한 인물의 일대기다. 그런데 곤의 이야기는 그다음이 더 눈길을 끈다.

처음 며칠은 변호사도 없이 수사받았다. 일본 검찰은 별건 수사를 했고 구속기간을 야금야금 늘렸다. 막대한 보석금을 내고서야 곤은 풀려났는데,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재차 구속됐다. 얼마 뒤 다시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가택연금돼 아내와 접촉조차 금지당했다. “인질사법”이라는 비판에도 일본 검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곤은 일본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싶다고 말했지만,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2019년 12월29일 곤은 탈출한다. 여느 때와 같은 옷을 입고 외출해 근처 호텔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특수부대 출신 미국인 마이클 테일러와 만나 공항으로 이동한다. 곤은 악기 상자에 들어가 몸을 숨겼다. 테일러는 엑스선을 찍어보자는 공항 요원을 적당한 말로 구워삶고 검색대를 통과했다. 터키(튀르키예)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레바논으로 향했다. 곤은 지금 레바논에 살며 학생들을 가르친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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