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다] 커널 할런드 샌더스(1890~1980)
미국 남부 사람이다. 농장 일, 철도 일, 조산원 일 등 어려서부터 갖은 일을 했다. 이십대에 사업을 시작했다. 첫번째 사업은 나룻배 사업. 얼마 뒤 강에 다리가 놓여 그만두었다. 램프를 만드는 공장도 차렸는데, 역시 얼마 뒤 전등이 보급되어 사업을 접었다.
주유소 사업을 했다. 첫번째 주유소는 대공황으로 문을 닫았지만, 두번째 주유소는 제법 잘되었다. 도로변 농가 벽에 자기 주유소를 광고하는 그림을 그리게 했다. 그러다가 경쟁 주유소 사장이랑 싸움이 났다. 총격전이 벌어져 샌더스 곁에 서 있던 석유회사 본사 사람이 목숨을 잃자, 샌더스가 총을 되쏘아 경쟁업체 사장의 어깨를 맞춘 사건이 있다.
주유소 옆에 모텔과 음식점을 차렸다. 요리는 어릴 때부터 그가 잘하던 일이었다. 어찌나 맛집으로 소문이 났던지, 켄터키 주지사한테 명예 대령 칭호를 받았다. 대령이라는 뜻의 ‘커널’이 이름처럼 앞에 붙었다. 처음에는 검은 양복을 빼입었으나, 밀가루 자국 때문에 하얀 양복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마침 머리도 하얗게 세어, 수염도 탈색했다. 우리가 익숙한 ‘커널 샌더스’의 등장이다.
샌더스가 가장 자신 있던 요리는 닭튀김. 11가지 향신료를 섞어 비밀 양념을 만들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가게 메뉴에 올리지 않았다. 튀기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었다. 훗날 압력솥을 이용해 조리 시간을 단축했다. 잔뼈까지 오독오독 씹어 먹게 된 것은 덤.
1956년, 주변에 고속도로가 뚫리며 국도변 길목 장사가 어려워졌다. 샌더스는 음식점을 팔고 나이 예순여섯에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맛집 사장님’으로야 유명했지만 사업은 쉽지 않았다. 사람들이 프랜차이즈 음식점에 대해 요즘처럼 익숙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가맹점을 모으기 위해 쪽잠을 자며 전국을 누볐다. 그래도 파트너 피트 하먼을 잘 만나, 얼마 뒤에는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
프랜차이즈를 큰 회사에 넘기고도 편하게 쉬지 않았다. 자기가 개발한 방식대로 요리하지 않는다고 따로 가게를 내 손님을 빼앗아 오다가, 본사와 소송까지 간 일화도 있다. 아흔까지 장수했다. 숨을 거둔 날이 1980년 12월16일이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