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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인플레이션은 피크를 쳤나

등록 2022-12-12 18:57수정 2022-12-12 19:04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달 30일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12월 연준 회의에서 금리인상 폭을 완화할 수 있으나, 물가 오름세가 진정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달 30일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12월 연준 회의에서 금리인상 폭을 완화할 수 있으나, 물가 오름세가 진정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세상읽기] 이강국 |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현재 세계인들이 가장 주목하는 경제지표는 누가 뭐래도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일 것이다. 이는 작년 하반기부터 오르기 시작해 올해 6월 전년 동월 대비 9.1%까지 높아졌다. 연준은 작년에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며 금리인상을 주저했지만 올해는 인플레와 싸우기 위해 강력하게 긴축을 실행해왔다. 그래도 최근에는 인플레가 차츰 하락해 10월에는 전년 대비 7.7%를 기록했고, 연준이 주목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 인플레이션도 전월 대비 0.2%로 낮아졌다. 유럽연합은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10%로 미국보다도 높지만 전달의 10.6%에 비해선 낮아졌다.

이제 지긋지긋한 인플레가 하락하기 시작한 것일까. 팬데믹 이후 높은 인플레이션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마비와 노동공급 축소,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배경으로 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같은 공급 쪽 요인이 중요했다. 물론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나타난 확장재정과 총수요 부양도 관련이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서비스 소비는 억압되었지만 내구재 소비는 대폭 증가한 소비수요의 부문별 불균형이 인플레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과잉수요가 생긴 부문은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비대칭적으로 과소수요가 발생한 서비스는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아서다.

그러나 여름 이후 에너지 가격이 빠르게 내려 미국의 가솔린 가격은 작년 수준으로 낮아졌고 공급망 문제들도 개선되고 있다. 특히 최근 새로운 계약에서 임대료가 크게 하락하고 있어서 앞으로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임대료가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데 인플레 지표에 반영되는 임대료는 현실과 1년 넘게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대인플레이션도 별로 높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이 최근 연설에서 지적했듯 많은 경제학자와 정책결정자들은 여전히 노동시장을 주시하며 우려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10월 미국 실업률이 3.7%로 낮고 여전히 노동자를 구하지 못하는 결원 비율이 매우 높아 노동시장이 활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 노동력 참가율이 크게 하락해 노동공급이 상당히 위축되었다. 이는 건강이나 육아 문제뿐 아니라 과도한 퇴직과 관련이 큰데, 고령의 노동자들은 팬데믹 직후 정리해고 이후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자산가격 상승으로 조기퇴직도 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전히 높은 임금상승이 물가를 다시 자극하는 임금-물가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만연해 있다. 그러나 11월 시간당 평균임금이 전년 대비 5.1% 상승하여 예상보다 높긴 했지만, 임금 트래커 등 여러 임금지표는 최근 몇달 동안 임금상승이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노동시장 활황과 임금상승은 노동자들의 노동시장 참여를 자극해 공급 문제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임금-물가 악순환의 가능성도 현재로선 희박하다. 국제통화기금의 최근 보고서는 역사적 경험을 분석하여 현재와 비슷하게 임금과 물가가 동시에 높아져도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보고한다. 또한 긴축정책이 실시되는 경우 물가가 높아질 때도 임금상승이 제한적이었다. 특히 노조조직률이 하락하고 노동자 협상력이 약해진 현재는 임금협상에 생활비 조항을 통해 물가상승을 자동으로 반영하는 경우가 많았던 1970년대와는 전혀 다르다. 그런 이유로 실업률과 인플레 사이의 음의 관계를 보여주는 필립스 곡선이 사라져버렸는데, 그것이 갑자기 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작년 인플레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에서 서머스 등의 경제학자들은 재정확장으로 인한 과도한 총수요가 경기과열과 인플레를 자극할 것이라 주장했고, 일시적 인플레를 주장하는 이들은 공급 쪽 요인이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인플레는 높게 지속되어 크루그먼은 반성하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인플레가 지속된 것도 역시 코로나19 변종이나 전쟁과 같은 주로 공급 쪽 요인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도 연준은 노동시장 불균형과 임금상승을 우려하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지속할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은 공급 쪽 요인이 인플레에 중요했고 통화정책의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인플레이션이 피크를 친 현실에서 경기둔화를 불러올 추가적 긴축이 바람직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정책대응이 필요한지 다시 한번 논쟁이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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