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가짜뉴스’를 직접 입에 올리는 일이 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출근길 회견에서 “엠비시(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는 우리 국가 안보의 핵심 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학술원 회원들과 한 오찬간담회에서 “가짜뉴스 추방”을 다시 강조했다. 대통령실과 대변인실도 비판적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규정하고 적극 대응하겠다는 잇단 논평을 내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가짜뉴스”를 외치며 진흙탕 정치에 뛰어든 경우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다. 가짜뉴스는 2016년 미국 대선 시기에 확산 속도와 영향력이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비판적 보도를 정면 부인하며 “가짜뉴스”라고 반격했다. 하지만 2021년 <워싱턴 포스트> 팩트체크팀 분석 결과, 트럼프는 대통령 4년 재임 기간 동안 3만건 넘는 거짓 주장을 쏟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가짜뉴스’는 비판 보도를 부인할 때나 허위 정보 또는 오보를 지칭할 때 두루 사용되는 정치적 술어가 됐지만, 언론학계는 의도성, 정보의 허위성, 형식을 기준으로 ‘가짜뉴스’를 정의한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가짜뉴스를 “상업적·정치적 목적으로 남을 속이려는 의도가 담긴 정보, 수용자가 허구임을 오인하도록 언론 보도의 양식을 띤 정보, 사실 검증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능이 배제된 가운데 사실처럼 허위로 포장된 정보”라고 정의했다. 내 생각과 다른 보도나 주장을 가짜뉴스라고 불러선, 문제를 키울 뿐 해결할 수 없다.
아서 설즈버거 <뉴욕 타임스> 발행인은 2019년 9월23일 칼럼에서 “기자와 저널리즘에 대한 전세계적인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 현역 대통령의 ‘가짜뉴스’ 주장이 이러한 공격을 부추기고 있다”고 트럼프를 비판했다. 설즈버거는 트럼프가 “공정하고 정확한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매도하고 있다”며 전세계 50여개국 지도자들이 트럼프를 모방해 ‘가짜뉴스’라는 말로 자국 언론을 공격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당시엔 헝가리, 튀르키예, 베네수엘라, 필리핀, 브라질, 카메룬, 미얀마, 차드, 말라위 등이었는데 현재 상황이라면 한국도 명단에 추가되었을 성싶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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