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다] 호모 하빌리스(240만년~150만년 전)
1931년 루이스 리키가 인류의 기원을 연구하러 아프리카로 간다고 했을 때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들은 반대했다. ‘낙후된 대륙' 아프리카가 인류의 요람일 리 없다는 편견 때문이었다. 그러나 리키 가족은 동아프리카로 떠났고, 1959년 아내 메리 리키가 진잔트로푸스를 발견했다. 나중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보이세이’로 다시 분류된 화석이다. 그해와 이듬해 1960년 11월4일에는 아들 조너선 리키와 함께 호모 하빌리스 화석을 찾아냈다. “인류의 초기 선조는 아프리카 대륙에 살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찰스 다윈의 추론대로였다.
호모 하빌리스는 “손을 쓰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호모(사람)라는 속명을 붙여도 되는지를 놓고 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뜨거웠다. 머리뼈(두개골)가 기대보다 작았기 때문이었다. 옛날 학자들은 짐승과 사람 사이 건널 수 없는 큰 차이가 있다고 믿고 싶어 했는데, 호모 하빌리스는 그 중간 정도의 뇌를 가지고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인류의 기원을 찾아낸 일이 백인 중심주의를 무너뜨렸다면, 호모 하빌리스의 발견은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위협이었달까. 유인원에 견줘 두뇌는 크고 아래턱은 작다는 호모 하빌리스의 모습을 클레이로 빚어보았다.
기대보다 작다고는 해도 호모 하빌리스의 두뇌는 크다. 여느 동물처럼 엄마 배 속에서 머리통이 충분히 자란 채 태어날 수 없었다. “하빌리스의 유아는 ‘너무 일찍' 태어났고 무력한 상태에 처해 있었을 것이다. 부모가 유아를 상당 기간 철저하게 돌보는 사회가 발달했을 것이다.” 리키 가족의 작은아들, 인류학자 리처드 리키의 추론이다.
또한 호모 하빌리스는 간단한 언어를 사용했을 것이다. 랠프 홀러웨이라는 학자가 호모 하빌리스의 머리뼈 안쪽에 남아 있는 뇌의 흔적을 열심히 조사했다. 호모 하빌리스는 왼쪽 뇌가 오른쪽 뇌보다 조금 컸다고 한다. 언어를 관장하는 ‘브로카 영역'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은 아프리카에서 진화해, 온 세계에 퍼졌다. 사람이 아닌 동물도 도구를 사용한다. 현생인류와 비슷한 다른 사람 종들도 멸종을 피하지 못했다. 잘사는 나라 사람이 세상의 중심인 듯 누려온 특권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