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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연철 칼럼] 한미일 삼각관계의 과제

등록 2022-10-23 17:48수정 2022-10-24 02:39

미국은 앞으로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연계를 확대하려 할 것이다. 급변하는 정세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지켜야 할 원칙도 분명하다. 미국이 유엔사의 역할을 확대하고,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연계로 대만 분쟁에 개입하려 할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익, 그리고 한-미 동맹의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승겸 합참의장이 지난 20일 미국 워싱턴디시에서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 야마자키 코지 일본 통합막료장과 3자 회의를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영수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김승겸 합참의장, 밀리 합참의장, 야마자키 통막장, 폴 라캐머라 연합군사령관. 합참 제공
김승겸 합참의장이 지난 20일 미국 워싱턴디시에서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 야마자키 코지 일본 통합막료장과 3자 회의를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영수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김승겸 합참의장, 밀리 합참의장, 야마자키 통막장, 폴 라캐머라 연합군사령관. 합참 제공

김연철 | 전 통일부 장관·인제대 교수

한-일 관계는 양자 관계가 아니다. 1965년 한-일 협정과 2015년 ‘위안부’ 합의는 미국이 개입한 3자 관계였다. 2019년 일본이 수출 통제를 하고, 한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았을 때도, 미국은 강력하게 개입했다. 미국은 정보 교류의 다른 수단이 있었는데도, 지소미아를 한·미·일 안보협력의 상징으로 여겼다. 진영 대결이 심해지고, 한반도 정세가 악화하면서 다시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삼각관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것인가?

한·미·일 삼각 협력은 미국의 오래된 동북아시아 지역 전략이다. 냉전 시기에는 한-미와 미-일 두 동맹을 연결해서 반공 전선으로 삼으려 했기 때문에, 미국은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현재 조 바이든 정부는 ‘미국에 도전하는 유일한 국가’인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한다. 한·미·일 삼각관계를 활성화하고, 유엔사와 일본의 유엔사 후방 기지, 즉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연계를 확대할 생각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국가전략에서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한다. 그러나 한·일 양국의 전략 차이는 분명하다. 일본은 한반도의 현상 유지를 원한다. 2000년대 중반 6자 회담에서도, 2018년 남·북·미 삼각관계의 선순환에서도 일본은 한반도 평화의 길을 원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북-일 관계의 문이 열려 있다고 하지만, 아주 오래된 납치 문제의 출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외교의 국내정치화는 그래서 언제나 늪이다.

일본은 자위대와 주일미군의 일체화를 추구하면서, 보통 국가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군대와 교전권을 갖지 못한 ‘비정상 국가’인 일본과 ‘정상 국가’인 한국의 동맹전략은 당연히 다르다. 한-미 동맹은 한국의 안보 자율성을 중시한다. 박정희 정부가 시작한 ‘율곡사업’도, 노태우 정부가 제기한 ‘작전권 환수’도, 1990년 시작한 주한미군의 기지 이전도, 한국의 자주국방을 향한 의지의 산물이지만, 동시에 미국의 ‘한국 방위의 한국화’라는 전략적 이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안보 자율성이 높아지면서, 주한미군의 달라진 역할이 새로운 쟁점이다.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고정군’에서 ‘기동군’으로 변했다. 2006년 한·미 양국은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하고, 미국은 한국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이후 16년 동안 조금씩 무력화되었다. 최근 몇년 사이 주한미군의 정찰기가 오산기지에서 출발해 대만해협 인근 상공과 남중국해까지 정찰 비행을 한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은 앞으로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연계를 확대하려 할 것이다. 중·러의 공동 군사훈련이 증가하면서, 한·미·일 3국의 연합 군사훈련의 규모와 범위도 넓어질 것이다. 급변하는 정세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지켜야 할 원칙도 분명하다. 미국이 유엔사의 역할을 확대하고,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연계로 대만 분쟁에 개입하려 할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익, 그리고 한-미 동맹의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신냉전의 진영전략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전환기의 지혜는 경직, 편파, 이념이 아니라 유연, 균형, 국익이다. 한국은 한반도 정세 악화의 직접 피해 당사자이기 때문에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동맹과 협력은 이념이 아니라 이익을 추구해야 하고, 이익이 조화를 이룰 때 지속할 수 있다.

한-일 관계의 쟁점인 역사 문제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1965년 한-일 협정과 2015년 위안부 합의는 한·미·일 협력을 바라는 미국의 중재와 압력으로 이루어졌다. 타협을 원하는 중재자는 언제나 만만한 쪽의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한다. 서두르면 더 양보해야 하고, 그만큼 국내의 비판에 직면해서, 결과적으로 합의 이행이 어려운,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오히려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에 대한 미국의 비판적 입장을 활용해서, 미국을 통해 일본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협상력이 필요하다. 물론 한·일 양국이 어렵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지속 가능한 타협의 지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미·일 삼각관계에서 한-일 관계의 약한 고리가 바로 ‘역사의 복수’라는 점을 3국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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