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5월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입장하며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삶의 창] 김소민 | 자유기고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우리 시대의 롤모델이다.
국민대가 ‘멤버 유지’를 영문으로 ‘member Yuji’라고 쓴 논문 등 김 여사의 표절 의혹 논문 세편을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라며 유지했을 때, 나는 희망에 부풀었다. 나도 박사가 될 수 있다! 김 여사의 용기 있는 논문은 전 국민 박사 시대를 여는 포석 아니겠는가.
사돈의 팔촌까지 뒤져봐도 우리 가족 중엔 박사가 한명도 없다. 어린 시절 나는 박사를 텔레비전에서만 봤다. 박사는 디엔에이(DNA)부터 다른 사람들인 줄 알았다. 진리를 향한 탐구열에 불타는 사람들 말이다. 그래서 꿈도 못 꿨다. 역시 박사 청정 집안에서 태어난 내 친구는 40대가 돼 진짜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았다. 내가 박사까지 쭉 달려보자니까 친구가 “가능하겠냐”란다. 친구에게 그런 약한 소리 하지 말라 했다. 우리에겐 이제 롤모델이 있다.
지난 10일 숙명민주동문회는 김 여사의 숙명여대 교육대학원 석사 논문의 표절률이 48.1~54.9%에 달한다고 밝혔다. 표절률이 올라갈수록 희망이 차오른다. 석사 논문은 절반 베껴도 될 거 같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임홍재 국민대 총장은 여사의 논문 4편 가운데 3편을 표절 검증 프로그램인 ‘카피킬러’에 검증해본 결과를 공개했는데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률은 12%다. 임 총장님 말씀을 허투루 듣지 말자. 김 여사 논문 재조사위원회 위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거부하며 그는 “학문의 자유,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양심의 자유”를 이토록 소중히 여기는 분이 허용한 박사학위 논문 표절률이니 마음 편하게 12%까지는 베끼자. 그렇다고 이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진취적인 자세가 아니다. 12%는 되고 15%는 안 된다는 근거는 없다. 20%? 30%? 두근거리지 않는가? 지난 19일 국민대 교수회는 “집단지성”을 모은 결과,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을 자체 검증하지 않고 재조사위원회 회의록 공개도 요청하지 않기로 했다는데, 이 교수님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전 국민 박사학위라는 여사의 깊은 뜻을 교수의 자존심을 걸고 지켜내니 이를 “집단지성”이 아니면 뭐라고 말하겠는가. 아직도 박사 도전을 망설이는가? 논문 주제가 고민인가? ‘손금에 대한 고찰’은 어떤가?
여사의 ‘Yuji 논문’ 유지는 해방 선언이다. 드디어 영어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영어 잘해보겠다고 한국의 아이들은 얼마나 학대당하나. 이제 영어 단어 생각이 안 나면 한국말 발음을 알파벳으로 쓰면 된다. 여사의 Yuji 논문이 유지된 날은 우리가 영어 식민지에서 해방된 날이다. 이날은 21세기 ‘어린이날’로 지정해야 한다. 게다가 이제 없는 돈 끌어모아 어학연수 1년씩 갈 필요 없다. 여사도 이력서에 뉴욕대 5일 방문을 ‘뉴욕대 연수’로 쓰지 않았나. 얼마나 머물렀느냐가 뭐가 중요한가? 외국 땅 밟았으면 연수다. 영어뿐이겠나. 여사의 논문 속 비문을 보면, 우리는 국어 문법으로부터도 해방됐다.
윤 대통령도 불철주야 국민의 염원을 풀어주고 있다. 한국인이 오매불망 바라는 게 뭔가? ‘워라밸’이다. 그는 이 꿈을 몸소 실현한다. 지난 8일 수도권에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폭우가 쏟아져 홍수가 난 날, 그는 서울 서초동 자택으로 퇴근했다. 우리도 이제 퇴근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를 무려 33번 강조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윤석열 정부를 나는 ‘해방의 정부’라 부르고 싶다. 그 깊은 뜻을 모르고 지지율이 20~30%대로 추락한 걸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그러나 절망은 이르다. 역사가 기억할 것이다. 예스, 위 캔 두 잇. Hal su it 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