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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또래 남녀가 혐오하는 시대, 대한민국은 소멸중

등록 2022-08-04 19:26수정 2022-08-07 15:39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전명윤의 환상타파] 전명윤 | 아시아 역사문화 탐구자

유엔 인구통계를 보면 2023년에는 인도가 중국을 누르고 세계 최대 인구 대국에 오를 거라고 한다. 유엔 보고서 추산으로 올해 중국은 14억2600만명, 인도는 14억1200만명이다.

인도 정부는 이미 올해 3월쯤부터 자기들이 세계 1위 인구 대국에 올랐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는 대만과 홍콩 인구를 더하면 아직 자기 나라가 훨씬 많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인도와 중국의 가임여성 1인당 출산율은 2010~2020년 사이 각각 2.2명과 1.7명으로 차이가 제법 난다. 즉 중국이 아무리 세계 1위 인구 대국을 유지하고 싶어도 추세상 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고작 몇개월뿐이다.

일본 일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출산율 0.8명의 막다른 길’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낮은 출산율을 콕 집어 보도했다. 불과 10~20여년 전만 해도 일본의 낮은 출산율을 보도하며 곧 일본은 망할 거라는 기대 섞인 예언을 했던 한국으로서는 옆집 불구경하다 자기 집 홀랑 타고 있는 걸 못 본 셈이라 기사를 읽는 내내 기분이 무척 묘했다. 출산율은 20~30년 뒤의 노동가능인구 수와 직결된다. 우리 눈으로야 세계 최대의 인구 대국 타이틀이 뭐가 그리 값지다고 인도와 중국이 저런 신경전을 벌이나 싶지만, 결국 누군가는 일하고 그들이 세금을 내야 우리가 지금 누리는 복지는 지속가능하다. 우리가 자랑하는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도 노동인구가 아래에서 받쳐주지 않는다면 무작정 혜택만 누리는 화수분일 수 없다. 노동인구가 줄면 세금도 줄기 마련이니 국고로 그 빈틈을 메꿀 수도 없다.

얼마 전 한 광역시에서 열린 지방소멸 토론회에 참석했던 적이 있다. 서울을 벗어나 지역 현장에서 듣는 목소리는 강렬했다. 벚꽃 피는 순으로 대학이 망할 거라는 이야기는 진작 들은 바 있는데 현장에서 지방대 구성원들이 갖는 위기감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신입생이 안 들어와 학과가 통폐합될뿐더러 교수들이 지역의 각 고교를 찾아다니며 입시 담당 교사에게 학생 모집을 부탁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지역에서는 상식에 가깝다. 수도권만 심각성을 못 느낄 뿐이다.

단순하게 산술적으로 따져보자. 2021년 출생자가 26만500명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20년 동안 521만명의 인구가 증가한단 말이다. 이미 올해부터 사망자가 출생자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인구는 이미 줄고 있다.

그럴 리는 없겠으나 지금부터 드라마틱하게 출생률이 늘어난다고 해도 이들이 노동가능인구가 되려면 최소 25년은 걸린다. 이대로라면 우리의 복지구조는 곧 망한다는 말이다. 드디어 선진국이라며 국뽕에 차올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기간 또한 몇년 남지 않았다. 국회 예산정책처 발표를 보면 2006년 이후 16년간 정부가 저출산 예산으로 지출한 금액은 200조원에 육박한다. 최근에는 매년 40조원을 쓰는데도 출산율은 2017년 1.052명에서 2021년 0.81명으로 떨어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되고 있는지 복기가 필요한 시점이고 국가는 현 위기를 더 강력하게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한국은 기후 문제보다 인구 소멸이 더 심각할지도 모른다.

연금개혁을 한다는 새 정부의 선언은 그나마 다행이다. 인구소멸에 대한 대안은 마련하지 못했지만 다가올 재앙 하나에 대비한다는 점에서는 어려운 결단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입학 연령 논쟁만 봐도, 설득 과정을 생략한 채 수류탄 까서 진중에 던지듯 정책을 내던지는 스타일이다 보니 이 실력으로 뭔갈 할 수는 있겠느냐는 걱정이 앞선다.

이 글을 준비하는 도중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돈을 쓰고 정책을 만들고 해봐야 다 별 소용이 없는 게, 요즘은 또래 남녀가 혐오하는 시대야. 일단 뭘 만나야 결혼을 하든, 출산을 하든가 하지. 서로 증오하기 바쁜데.”

첩첩산중이다. 뭐부터 해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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