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다] 크리스틴 라가르드(1956~)
크리스틴 라가르드, 그의 삶은 힘들었을까? 그렇다. 십대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원하던 학교에 두번이나 떨어졌다. 이혼을 두차례 겪었다. “엄마가 일을 하니 아들 성적이 좋지 않다”는 말을 아들의 담임 선생님한테 들은 적도 있다. 모두 상처로 남을 일이다.
다르게 볼 수도 있다. 라가르드의 삶은 술술 풀렸을까? 그렇다. 한때 프랑스 국가대표 선수였다(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국립행정학교 입시에 떨어진 대신 로스쿨을 갔고 미국에 가서 23년 동안 변호사로 활동했다. 프랑스 재무장관이 되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남편은 없지만 동거하는 남성은 있다. 아들도 자기 좋아하는 레스토랑 일을 하며 잘 산다.
2011년 6월28일에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됐다. 두가지 사실이 특별하다.
경제계 인사가 아닌데 국제통화기금 총재가 된 첫번째 사람이다. 경제 이론과 통화 정책에 밝은 학자나 금융인 출신은 아니다. 조정과 협상을 잘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피아니스트가 아니어도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수 있다.” 라가르드의 말이다.
여성이 국제통화기금 총재가 된 것도 첫번째다.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면 경제가 발전한다고, 여성이 사회 곳곳에서 높은 자리에 올라야 한다고 라가르드는 말한다. “커리어를 시작하는 젊은 여성에게 조언해달라”는 <엘르>의 요청에는 이렇게 답했다. “절대 자신의 야망을 포기하지 마세요.”
국제통화기금 총재로 있으면서 2014년 5월27일에는 은행 부문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일을 잘했나 보다. 2019년에는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되었다. 이 또한 여성 최초였다.
그가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찮다. 라가르드는 환경 위기와 경제 위기를 동시에 극복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때마침 세계적으로 산업구조 재편이 맞물려 있다. 금리를 낮춰 돈을 풀면 인플레이션이 될까 두렵고 금리를 높이면 경기 침체가 길어질까 걱정이다. 가상자산도 문제다. “가상자산은 가치가 없고 위험이 크다”고 며칠 전 라가르드는 밝혔다. 그러면서도 “아들이 가상자산에 투자했는데 나는 말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