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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얼마나 더 미뤄야 하는가, 차별금지법

등록 2022-04-28 18:14수정 2022-04-28 18:48

[비온 뒤 무지개] 한채윤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작년 11월에 쓴 칼럼 제목이 ‘민주당은 결자해지하라’였다. 애초 차별금지법 제정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15년간 법안을 국회 서랍 안에 꽁꽁 묶어둔 것도 더불어민주당이니 이제는 그 매듭을 스스로 책임지고 풀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5개월이 흘렀고 그사이 민주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옛 글을 복사해서 그대로 붙여넣기 해도 어색하지 않을 판이다. 아니, 달라진 것이 있긴 하다. 그때는 인권활동가 두명이 부산에서 서울까지 30일간 도보행진을 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면, 지금은 그 두명이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이 법안 제정을 미루면 미룰수록 차별금지법을 염원하는 이들은 더 고달프고 더 절박해질 수밖에 없다.

대구의 인권활동가들은 대구 민주당사 점거 농성을 했다. 1박2일 짧은 기간 농성이었지만 서울의 국회를 움직이기 위해 뭐라도 해서 힘을 보태려 했다. 성소수자 활동가들은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매일 보내고 있다. 이것이 차별받는 사람의 삶이라고, 일상에서 겪는 사례들을 찬찬히 들려주고 있다. 눈물과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써내려간 공개편지는 <오마이뉴스> 누리집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국회의원들은 법 제정 반대자들의 문자폭탄에 시달린다고 말한다. 맞다. 수천통의 문자를 받는 건 괴로운 일이다. 그런데 그 괴로움은 차별금지법을 그동안 미루어온 탓에 겪는 일이다. 오래전에 제정했다면 우리는 이미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을 텐데. 안타깝다. 그래서 묻게 된다. 당신들이 하는 정치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이 아니라 차별과 ‘더불어’ 가는 정당이냐고. 단식농성이 시작된 4월11일 이후 국회 앞에서는 매일 새로운 집회가, 기자회견이, 시국선언이, 동조단식이, 간담회와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많은 이들이 온 마음을 다해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있다.

법을 제정하는 권한은 국회가 가졌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최선을 다하면 가능하다. 이 사실은 민주당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민주당은 비겁했다. ‘사회적 합의가 없어서’라며,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라 했지만 이미 사회적 합의는 이뤄졌다. 지난해 6월 <시사저널>에서 한 여론조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은 66.5%에 달했다. 그해 11월 <한겨레> 여론조사에서는 71.2%의 국민이 찬성한다고 밝혔고, 12월 <서울신문> 조사에서는 찬성 57.6%, 반대 19.8%로 나왔다. 차별금지법 찬성 응답률은 대통령 당선자의 득표율보다도 훨씬 높지 않은가.

민주당은 국민의힘에도 항의하라고 한다. 국민의힘은 한나라당 시절부터 차별금지법에 찬성한 적이 없다. 민주당은 2002년 대선에서도, 2012년 대선에서도 공약으로 차별금지법을 약속했다. 며칠 전,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이제 약속을 지킬 시간이다. 의총을 열어 평등법을 당론으로 확정하자”고 말했다. 그렇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다르다. 달라야 한다. 민주당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국민에게 한 약속으로 인식하고, 당론으로 채택해 적극적인 자세로 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더 이상 꼼수는 필요없다. 4월26일, 민주당은 여야 간에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공청회 계획서를 채택했다며 중요한 진전이라고 발표했다. 과연 그러한가. 이와 비슷한 발표는 지난해 10월에도 있었다. 당시 민주당은 법안 공청회 준비를 시작한다고 자랑했지만, 국민의힘은 “차별금지법을 논의할 것인지를 논의하겠다는 것”뿐이라며 부정했다. 7개월 만에 나온 공청회 계획도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없는 빈 깡통이다. 어떻게 또 속겠는가. 민주당은 진정성을 보이시라. 신속하게 공청회를 개최하고 망설임 없이 차별금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하시라. 이제 정말, 더는 미룰 수는 없다.

민주당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수천만번이라도 반복해 외치고 싶은 말이다. 민주당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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