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다] 성 다미안 신부(1840~1889)
벨기에의 드 뵈스테르(베스테르)는 가난한 사람에게 주려고 가족이 먹는 햄을 훔치는 아이였다고 한다. 착한 사람일까, 말썽쟁이일까? 말 잘 듣는 모범생이 아님은 확실하다. 커서 성직자가 되려 했는데, 교단이 선뜻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망설였던 것 같다. 어찌어찌 한참 만에 사제가 되고 1864년에 하와이에 도착. 다미앵(다미안)은 그의 가톨릭 세례명이다.
그때 하와이에 한센병 걸린 사람이 늘었다. 옛날에 나병 또는 문둥병이라 부르던 병이다. 한센병은 전염이 잘되지 않지만 옛날에는 그 사실을 몰랐다. 정부는 외로운 섬 끝자락에 한센인들을 가두었다. 한국의 한센인이 일제강점기부터 한동안 소록도에 갇혔듯 말이다.
한센인과 친구가 되기 위해 다미안이 갔다. 스스로 원해서였다. 교대하러 오겠다는 사람도 거절했다. 1873년부터 열여섯해 동안 한센인과 살갑게 지냈다. 고름을 닦고 붕대를 갈아 주었다. 집 짓고 밭 갈고 관을 짰다. 삶과 죽음을 함께했다. 그의 활동이 알려지며 하와이 한센인을 보는 세상의 눈도 달라졌다.
잘 옮지 않는 병이지만 오랜 시간 붙어 지내다 보니 끝내는 다미안도 병에 걸렸다. 세상을 떠난 날이 1889년 4월15일. 죽은 후 논란이 있었다. 하이드라는 이름의 개신교 성직자가 다미안을 비판했다. “그는 거칠고 규칙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었다. 병을 자초했다.” 하이드의 말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다미안의 행적을 널리 알린 사람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며 <보물섬>을 쓴 작가다.
2020년에도 말이 있었다. “어째서 위인은 백인에 남성 일색인가?” 미국 정치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가 물었다. 문제 제기는 좋았다. 그런데 예로 든 사람이 하필 다미안 신부였고, 논란은 산으로 갔다. “다미안이 제국주의 남성 선교사의 전형은 아니”라는 반론을 불러일으켰으니까.
다미안은 2009년에 가톨릭에서 공식적으로 성인이 되었다. 한편 그는 후천성면역결핍증(HIV/AIDS) 환자들의 비공식 수호성인이기도 하다. 종교색을 걷어내고 생각해도, 친구를 위해 목숨을 내어준 “그는 성인의 자격이 있다”(작가 제니퍼 라이트).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