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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손석우의 바람] 독도는 우리땅

등록 2022-02-27 17:54수정 2022-02-28 02:30

한국독도연구원 등 독도관련 단체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평화의소녀상 인근에서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즉각 철폐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한국독도연구원 등 독도관련 단체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평화의소녀상 인근에서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즉각 철폐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손석우 |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일본이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신청했다는 뉴스 때문일까. 아니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기 때문일까. 잠시 이 땅의 역사를 생각했다. 혹독했던 과거 탓에 이 땅 여기저기 우여곡절이 없는 곳이 없다. 그중 단 하나의 사건 혹은 장소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독도를 꼽는다.

독도. 19세기만 해도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작은 섬. 그러나 이제는 전 국민이 아는 커다란 섬. 서정주의 시 ‘자화상’은 이렇게 시작한다. “애비는 종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시구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시인은 분명 의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대목을 볼 때마다 식민지 시대를, 그리고 현재를 꿋꿋이 버텨내고 있는 독도가 떠오른다.

러일전쟁 중 일본은 러시아 군함을 감시하기 위해 울릉도와 독도에 망루를 설치하려 했다. 그리고 어업 활동을 핑계로 두 섬을 자국 영토에 편입시키는 만행을 저지른다. 우리 영토가 불법적으로 일본에 병탄된 첫 사례이자 일제 강점기의 시작이었다. 그때가 1905년, 을사년이었다. 안타깝게도 대한제국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설령 알았다 하더라도 별다른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일제의 강압에 의해 대한제국은 이미 1차 한일협약을 맺었고, 흔히 을사조약으로 불리는 2차 한일협약까지 맺고 말았던 것이다. 을씨년스럽다는 말은 을사년 당시 우울했던 사회 분위기에서 비롯되었다 한다. 이 어원이 맞는다면, 이 땅 그 어디보다 그해 독도는 을씨년스러웠을 것이다. 1910년 경술년, 한일병합조약으로 대한제국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만다.

일본은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그만큼 국민들의 독도에 대한 관심도 식지 않고 있다. 아니 더 커지고 있다. 독도를 널리 알린 것 중 하나는 아마도 ‘독도는 우리땅’ 노래일 것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만큼 국민적인 노래이지만, 처음 공개된 곳은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다. 1982년 한 프로그램에서 4명의 코미디언이 포졸 복장을 하고 이 노래를 불렀다.

처음 배운 그대로 기억하고 있는 노래 5절 중 2절은 다음과 같다. ‘경상북도 울릉군 남면 도동 일번지, 동경 132 북위 37, 평균기온 12도 강수량은 1300, 독도는 우리 땅’. 파격적이다 못해 다소 장난스러운 가사다. 과연 살고 있는 동네의 평균 기온과 강수량을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이 노래 덕분에 전 국민이 독도의 평균 기온과 강수량을 알게 되었다.

2012년 가사가 대대적으로 수정되었다. 행정구역의 변화와 기후변화를 고려한 것이다.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동경 132 북위 37, 평균기온 13도 강수량은 1800, 독도는 우리 땅’. 주소가 독도리로 수정되었다. 도로명 주소로 바꿨다면 더 흥미로웠을 것이다. 독도 동도는 울릉읍 독도이사부길, 서도는 울릉읍 독도안용복길로 표기된다. 가장 많이 수정된 부분은 평균 기온과 강수량이다. 기온이 1도 상승했고 강수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과거 부정확했던 관측 값을 수정하고 지난 30년간 기후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독도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는 3절에도 드러난다. 원곡의 3절은 ‘오징어 꼴뚜기 대구 명태 거북이’로 시작한다. 그런데 변경된 가사에는 명태와 거북이가 없다. 급격한 수온 상승과 무분별한 남획으로 자취를 감춰버린 명태. 멸종위기에 처한 거북이. 그 자리를 홍합과 따개비가 채웠다. ‘오징어 꼴뚜기 대구 홍합 따개비’. 이대로 계속 수온이 오른다면 언젠가 대구도 가사에서 빠질지 모른다.

‘독도는 우리땅’ 1절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일본의 사도광산 논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켜보며 다시금 되뇌어 본다.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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