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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

등록 2022-02-20 16:48수정 2022-02-21 02:32

[세계의 창] 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올해 들어 북한은 이미 2021년 전체보다 많은 미사일 시험을 했다.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에 성공했다고도 주장했다. 핵실험 재개도 시사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나쁜 뉴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한국, 미국, 중국과 함께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하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했다는 보도가 지난해 말 나오기도 했다. 미국이 대담한 제안을 통해 적극 나섰다면 긴장 완화에 일부 진전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상 바이든 행정부의 어느 누구도 북한에 집중할 시간과 여력이 없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대북 전략 협의를 위해 이달 하와이에서 한국과 일본 외교장관들을 만났으나 새 구상은 나오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상황에 압도되고 있다.

러시아의 군사행동이 한국에 큰 영향을 끼친 적은 거의 없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장악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내전에 개입한 것도 한-러 관계에 미미한 영향을 끼쳤을 뿐이다. 한국은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를 따랐지만 독자 제재는 하지 않았다.

러시아와 한국은 여전히 활발한 무역 상대다. 양쪽은 철도와 가스 파이프라인 등 한-러를 더욱 연계할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이해관계도 있다. 러시아가 대규모 공격에 나서면 한국은 주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부터 오는 영향을 받을 것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수십 개 한국 기업 활동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한국인들이 우크라이나 일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아니다. 또 전쟁 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 완전히 다른 문제, 즉 에너지를 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 2위 석유 수출국, 3위 석탄 수출국이다. 화석연료는 2019년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러시아는 화석연료 수출을 유럽 시장에 꽤 의존해왔다.

하지만 그 관계는 취약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유럽이 제재로 대응하면 동에서 서로 향하는 에너지 흐름은 완전히 끊길 것이다. 전쟁이 없더라도 화석연료에 기반한 무역 관계는 장기적으로 미래가 없다. 유럽은 당장은 경제로부터 석탄을 떼어내려고 천연가스에 의존하지만 재생에너지를 더 만들수록 러시아산 천연가스 사용을 줄일 것이다.

러시아는 중국의 일대일로 투자 덕분에 화석연료 인프라를 동쪽으로 향하게 바꾸고 있다. 중국도 태양광과 풍력을 상당히 늘리고 있지만 거대한 경제의 고속성장을 유지하려면 러시아산 에너지가 크게 필요한 실정이다.

여기에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세계는 갈수록 낡은 좌우 이념 분열이나 동서, 남북으로 나뉘지 않을 것이다. 기후변화가 가속화할수록 유일하게 중요한 구분은 깨끗한 에너지 대 더러운 에너지일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이 논쟁에서 변곡점이다. 유럽은 충분히 빠르지는 않지만 청정에너지의 미래로 향하고 있다. 러시아는 화석연료라는 과거에 매달리며, 중국으로부터 이런 구식 의존 관계로 격려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투는 영역과 동맹에 관한 것임과 동시에 에너지에 대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산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영향권 또는 새로운 그린 유럽의 영향권에 속할지에 관한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한국은 석유, 가스, 석탄 의존도를 유지하려고 러시아산 화석연료의 공급 방향 전환을 이용할 수도 있다. 화석연료는 한국 1차 에너지 수요의 85%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에 러시아는 석탄 2위, 석유 4위, 천연가스는 6위 공급국이다. 한국은 과감하게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그린뉴딜 약속을 이행하고 대규모 청정에너지 투자로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끝낼 수 있다.

지금이 바로 한국이 어느 편에 설지 정할 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혹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결정은 지구의 미래에 대한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화석연료 파트너십은 막다른 길이다. 진짜 질문은 한국이 미래를 향해 다른 길을 걸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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