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다] 탁명환
“탁 소장! 말조심하시오. 지금 이분이 어떤 분이시라고! 그런 식으로 하면 탁 소장 신상에 좋지 않아요.” 최태민을 만났을 때의 일화다. 자리에 함께 있던 개신교 목사가 최태민을 감싸며 탁명환을 협박했다고 한다. “진짜 목사가 가짜 목사를 비호하고 두둔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최태민은 박근혜와 가까웠던 종교인이고 우리가 잘 아는 최순실(최서원)의 아버지다.
탁명환은 수상한 종교인의 행적을 추적했다. 기자 출신이었고 국제종교문제연구소를 세웠다. 그러다보니 적이 많았다. 교주도 신도도 그를 원망했다. 인신공격도 받았다. ‘탁명환의 실체를 폭로한다’는 따위의 글이 지금도 인터넷에 가끔 보이는데, 많은 경우 특정 종교에 관련된 매체나 인터넷 사이트다. ‘수상한 종교’는 한국에서 여전히 돈이 되는 사업이다.
테러도 종종 당했다. 1985년에는 주차해놓은 자동차가 폭발하기도 했다. 탁명환은 온몸에 부상을 입었으나 목숨은 건졌다. 1992년 10월에는 숨어 있던 괴한이 튀어나와 흉기로 찌르기도 했다. 그래도 연구소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최태민은 물론 나중에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영생교와 유병언 등도 탁명환이 추적해 기록을 남겼다.
1994년 2월18일. “갑자기 다가선 괴한은 칼로 탁 소장의 가슴과 배를 마구 찔렀다. 괴한이 휘두른 칼은 길이만 28㎝인 치명적인 살상무기였다. 괴한은 칼뿐 아니라 미리 준비해둔 쇠파이프도 마구 휘둘러 때렸다.”(표창원) 탁명환은 숨을 거두었다. 고인의 평소 뜻에 따라 시신은 의과대학 실습을 위해 기증되었다.
범인을 잡고 보니 박아무개 목사의 운전기사였다. 탁명환은 박아무개의 교회가 ‘이단’이라고 보았고 박아무개의 복잡한 사생활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박아무개는 범인에게 “공수부대 출신이라며 사탄도 때려잡지 못하느냐”는 말을 여러차례 건넸다. 박아무개는 죗값을 치렀을까? 아니다. 박아무개는 법적 처벌을 면했다. 그의 교회는 성업 중이다. 신자가 수만명이다. 2013년에는 한기총에서 이단을 해제받았다. 2014년에 사과 한마디 없이 박아무개가 죽었을 때는 정치인까지 불러놓고 성대한 장례를 치렀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