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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 거는 한겨레] 디지털 전환의 씨앗

등록 2022-02-13 20:02수정 2022-02-14 02:02

정은주 | 콘텐츠총괄

지난 11일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2차 티브이(TV) 토론’에서 일부 대선 후보들이 언론의 ‘탈포털’을 지지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포털의 뉴스 추천 기능을 없애고 단순 검색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말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포털 기사가) 언론사에 연결되도록 하는 의무화 조항과 (포털의) 뉴스편집금지법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언론의 탈포털 시대는 먼 미래가 아닙니다. 지난해 카카오가 알고리즘 추천 기사 배열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네이버가 언론사 구독 중심으로 뉴스 서비스를 개편했습니다. 디지털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 형태도 점차 달라질 것입니다. 뉴스 이용자 10명 중 7명이 포털을 이용해 뉴스를 소비(‘디지털뉴스리포트’ 2021)하는데 언론의 탈포털로 갈 곳을 잃게 될 뉴스 이용자들을 자사 웹사이트로 유인할 묘책을 언론사들이 찾아야 합니다. 디지털에 투자하지 않고 포털에 기대어 허송세월해왔던 대다수의 언론사가 ‘생존 전략’을 궁리해야 할 시점입니다.

<한겨레>는 후원제 도입, 신문·디지털 공정 분리, 이메일 뉴스레터 발송, 사내 디지털 콘텐츠 공모전 등 몇가지를 시도했지만 ‘우리가 나아갈 길’은 찾지 못했습니다. 어떤 실마리라도 찾아보려고 <뉴욕 타임스의 디지털 혁명>(2021)을 최근 읽었습니다. <뉴욕 타임스>의 디지털 전환 과정을 따라가며 수없이 감탄하지만, 한편으로는 안도했습니다. 위기 속에서 절박한 마음으로 디지털 전환에 도전하고 시행착오를 반복한 것이 우리가 걸어온 길과 다르지 않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랜 노력에도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아 디지털 전환에 대한 피로감이 높았던 것도 우리와 비슷합니다.

<뉴욕 타임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회사 경영이 악화하고 종이신문 광고와 구독이 크게 줄어들자 온라인 기사 유료화를 돌파구로 삼았습니다. 사내외에서 비관론이 쏟아졌습니다. 앞서 1996년과 2005년 두차례 실패 경험 때문입니다.

1996년 해외에서 온라인 기사를 보려면 구독료를 내도록 했는데, 이 제도는 2년 반 만에 폐지됐습니다. 언론사 뉴스는 무료라는 인식이 팽배해 이용자가 늘지 않았습니다. 2005년 9월에는 유명 칼럼니스트들의 글을 읽으려면 구독료를 내도록 했습니다. 22만명의 유료 구독자를 모았지만 2007년 9월 서비스를 중단합니다. “독자들이 크게 줄었다”는 칼럼니스트들의 항의와 더불어 경제적 이윤도 크지 않았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며 종이 광고와 구독을 중심으로 한 기존 비즈니스 모델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뉴욕 타임스> 파산 위기설이 나왔습니다. “아무 노력도 없이 침몰하는 것보다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2011년 3월 온라인 기사 유료화를 도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유료화 이후 순방문자(UV)는 5~15%, 페이지뷰(PV)는 10~30% 감소했습니다. 디지털 전환에 또 실패했다는 말이 다시 돌았습니다. 그러나 경영진은 밀어붙였습니다. 그 결과 4년4개월 만인 2015년 7월 <뉴욕 타임스> 온라인 유료 가입자가 100만명을 찍었고, 2020년 12월 669만명에 이릅니다. 웹사이트를 찾는 순방문자도 10년 동안 3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성공했을까요? 첫째, 2년 넘게 전세계 3천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는 등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둘째, 무료 구독과 종이신문 구독을 디지털 전환 전략에 포함했습니다. 셋째, 20년 이상 축적된 디지털 경험과 역량을 활용했습니다.

디지털 전환을 고민해온 지 <한겨레>도 어느덧 10년 가까이 됩니다. 다시 10년이 지나면 <뉴욕 타임스>처럼 성공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디지털 인력과 투자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고 미래 전략과 목표도 명확하지 않은 게 사실이니까요. 다만 “아무 노력도 없이 침몰하는 것보다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의욕은 분명히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 변화의 씨앗이 움틀 수 있도록, ‘우리가 나아갈 길’을 그려내는 것, 그것이 탈포털을 앞둔 우리의 과제입니다.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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