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다] 조르주 멜리에스(1861~1938)
원래 직업은 마술사였다. 환상을 현실처럼 보여주었다. 그런데 1895년과 1896년에 뤼미에르 형제가 최초의 활동사진을 찍어 사람들 앞에서 틀었다. 영화의 탄생이었다. 초창기 영화 산업에 조르주 멜리에스 역시 뛰어들었다.
“다양한 기법과 서사 방식을 개척한 사람.” 멜리에스에 대한 평가다. 다중노출이나 타임랩스 같은 새로운 기법을 발명하고 실험했다. 그 덕에 멜리에스의 영화에서는 사람이 ‘펑' 하고 연기와 함께 사라지기도 하고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기도 한다. 영화 특수 효과의 창시자라 불릴 만하다. 멜리에스는 컬러 영화를 실험하기도 했다. 컬러 사진이 없던 시절인데 어떻게 영화에 색을 입혔을까? 작은 흑백 필름 한장 한장에 손으로 물감을 칠했다.
멜리에스의 대표작은 1902년의 <달세계 여행>이다. 오른쪽 눈에 포탄처럼 생긴 우주선이 박혀 인상을 찌푸린 달님의 얼굴을 한번쯤 보신 기억이 있으리라. 이 영화의 가장 유명한 장면이다. 쥘 베른의 원작 소설처럼 거대한 대포로 우주선을 쏜다. 달나라 외계인들에게 사로잡힌 과학자들은 우주선에 탄 채 ‘절벽에서 뛰어내려' 지구로 탈출한다. 액션과 추격 장면이 흥미롭다. 영화의 상영 시간은 13~14분이니, 2분짜리 활동사진이 보통이던 시대에 나름 ‘대작'이었다. 최초의 에스에프(SF) 블록버스터 영화였던 셈.
멜리에스의 좋은 시절은 짧았다. 불운이 연달아 그를 덮쳤다. 유행이 바뀌었고 1차 대전이 터졌다. 영화 산업에 뛰어든 토머스 에디슨에게 이용당하고 보상은 받지 못한 채 큰 손해를 보기도 했다(니콜라 테슬라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멜리에스는 파산했다. 보관할 장소를 구하지 못해 영화 필름들은 태워버렸다. 복사본 없이 영영 사라진 작품도 많다나. 그러고는 소식이 끊겼다.
나중에 사람들은 궁금했다. 한때 영화계를 주름잡던 천재는 어디서 무얼 할까? 1920년대 후반에 저널리스트 레옹 드뤼오가 그를 찾아냈다. 파리 기차역의 허름한 가판에서 장난감과 사탕을 파는 가난한 노인, 이 사람이 바로 멜리에스였다. 뒤늦게 존경을 누리다가 1938년 1월21일에 세상을 떠났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