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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 거는 한겨레] 기사 세편을 읽으실 순 없을까

등록 2021-11-07 18:28수정 2021-11-08 02:34

송호진ㅣ디지털미디어부문장

매일 적지 않은 분들이 <한겨레> 누리집을 방문합니다. 하지만 한분당 평균 두편의 기사를 본 뒤 한겨레 디지털 공간에서 빠져나가십니다. 뉴스를 보려고 왔더니 더딘 속도로 뉴스창이 뜨거나, 뉴스를 연속적으로 보기 위한 사용 환경도 편하지 않아 서둘러 발길을 돌린 분도 있을 겁니다. 한겨레에 냉담해진 마음이 풀리지 않아 기사를 한두편만 보신 분도 있고, 읽을 만한 기사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좀더 머물다 가실 수 있게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자책이 또 밀려듭니다.

최근 2주간 저희 기사들 가운데 ‘“아침 8시에 과장 커피 타라고”…26살 공무원의 죽음’이란 제목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포털사이트들에서 140만, 한겨레 누리집에서만 10만 가까운 분들이 본 기사입니다. 요즘 언론사들이 조회수를 높이려고 활용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폭로에 따르면’ 유의 기사도 아니고, 사실 확인이 어려운 외국 언론의 자극적 내용을 끌어다 쓴 기사도 아니었습니다. 유튜버들이 달라붙어 여러 추측을 쏟아낼 만한 ‘의혹적 요소’가 짙은 죽음을 다룬 기사도 아니었습니다. 일찍 출근해 상사의 책상을 정리하고 커피를 준비하라는 등, 공무원 사회의 부당한 조직문화가 죽음을 가져왔다는 유족의 주장과 대전시의 뒤늦은 자체 조사 계획을 담은 기사였습니다. 왜 많은 분들이 한겨레 안팎의 사이트에서 이 기사를 같이 읽고 공감했을까 궁금했습니다.

대전시청 앞에서 열린 유족의 기자회견에는 한겨레를 포함해 손에 꼽을 만큼의 언론사들만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대개의 경우 회견 시간은 제한적이며, 간절하고 시급한 사연일수록 회견에 나선 분의 목소리는 격앙되고 떨리기 마련입니다. 현장에 간 저희 기자는 짧은 회견에서 유족이 다 풀어낼 수 없었던 이야기를 추가로 모아내 안타까운 사연의 빈 공간을 채워갔습니다. 잘 드러나지 않는 공무원 내부 사회의 단면들을 그렇게 하나둘 모았습니다. 그리고 대전시가 짧게 내놓은 자체 감사 계획을 덧붙이는 대신, 감사위원회 담당자에게 직접 구체적인 감사 상황을 확인해 기사를 보완했습니다. 스물여섯에 삶을 마감한 공무원의 이야기는 이 사안을 압축한 디지털 뉴스 편집자의 제목과 결합해 디지털 세상에 나오게 됐습니다. 이 사안을 다룬 기사들 중에서 유독 한겨레 기사가 트위터 등에서 많이 공유된 것은, 기자회견 너머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담아내려고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아파하거나, 힘겨워하는 분들의 곁으로 기자가 직접 찾아가 여쭙고, 듣고, 알아보고 쓴 기사였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해당 기자는 이번 일이 공무원 사회 내부의 구조적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올해 입사한 대전시 공무원들을 모아 이야기를 듣는 추가 기획으로 나아갔고, 이 기사들도 한겨레 누리집에서 높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사건 현장에, 절박한 사연의 현장에 기자가 있어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언론은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와 그 현장의 문제를 생생하고 구체적인 언어로 전할 수 있어야 하겠죠. 여러 주장과 파편적인 사실들 가운데 진실이 무엇인지 끈질기게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것도 언론이 할 일입니다. 독자분들이 한겨레가 더 분발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저희는 복잡한 이슈의 맥락을 잘 짚고 풀어내는 기사, 보도자료가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를 담아내는 현장 기사를 좀더 보강해 ‘한겨레 누리집’의 기사 메뉴를 보완하는 방안을 취재 부서장들과 논의했습니다. 뒤늦기는 했지만, 좀더 빠른 속도로, 편하게 보실 수 있도록 ‘한겨레 앱’ 개선 작업도 시작했습니다. 소박한 바람으로 들리실지 몰라도, 한겨레 누리집을 찾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분들이 적어도 우리 기자들의 좋은 기사 세편쯤은 만나고 가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보다 좀더 오래, 편히 머물다 갈 수 있는 곳, 한겨레 누리집은 그런 곳이 됐으면 합니다.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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