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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우리가 몰랐던 교황

등록 2021-10-14 16:57수정 2021-10-15 02:34

[나는 역사다]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

1978년 9월, 요한 바오로 1세가 세상을 떠났다. 교황이 된 지 33일 만의 일이었다. 요한 바오로 1세는 교황청을 개혁할 사람이라고 기대를 모으던 터라, 사람들은 놀라고 화가 났다. 개혁을 원치 않는 세력이 그를 독살했다는 음모론이 나올 정도였다(이 의혹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대부3>이다). 교황청에 쏠린 눈길이 곱지만은 않았다. 뒤숭숭한 속에서 10월16일 새 교황으로 뽑힌 사람이 요한 바오로 2세다.

요한 바오로 2세의 고향은 폴란드였다. 수백년 동안 이탈리아 사람이 로마에서 교황이 되었는데 이번에 동유럽 사람이 뽑힌 것이다. 그때 폴란드는 공산당이 독재를 했다. 인기 없는 정권의 뒷배를 보아준 것은 소련이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사사건건 소련 정부와 각을 세웠다. 수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며 전세계 가톨릭 신자들을 규합했다. 공교롭게도 소련 체제는 민중에게 버림받고 1991년에 무너졌다. ‘반공투사’ 요한 바오로 2세가 승리를 거둔 것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었다고 나는 기억한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다른 면도 있었다. 공산주의를 공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자본주의(특히 신자유주의) 역시 인간성을 해친다며 날을 세웠다. 이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교황보다는 미디어의 탓이리라. “교황이 공산주의에 맞서면 미국의 주요 언론이 대서특필한다. 그런데 교황이 자본주의를 비판하면 기사로 쓰지 않는다”고 노엄 촘스키는 개탄했다. 나는 촘스키의 지적이 반가웠다. 나 역시 요한 바오로 2세의 신자유주의 비판이 알려지지 않은 점이 의아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두차례 찾았다. 소련이 미사일로 대한항공 여객기를 맞추어 떨어뜨린 일에 항의하기 위해 1984년에는 비행기로 일부러 소련 영공을 통과했다. 이때 전두환 정권은 자기네가 정통성을 인정받기라도 한 듯 자랑했다. 그런데 요한 바오로 2세가 굳이 광주를 찾아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때 시민들이 총에 맞던 장소를 둘러본 일은 그때는 기사로 나오지 않았다. 정치범 김대중의 처형을 막기 위해 친서를 보낸 일이며, 한국 방문을 걸고 전두환 정권을 압박한 일 역시 나중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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