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 이 칼럼에서 헨리 포드에 대해 쓴 적이 있다. 그런데 어째서 또 포드인가? 헨리 포드와 비트코인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요즘 화제라 그렇다.
헨리 포드에 대해 내가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다.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를 읽으면서다. 우리가 서기, 불기, 단기라는 연도 표기법을 쓰듯, 미래의 사람들은 ‘포드 기원'으로 햇수를 셈한다고 했다. 포드를 모더니즘의 예언자, 현대의 사상가로 받든다는 것이다.
포드가 티(T) 모델 자동차를 내놓은 날이 1908년 10월1일이다. 이날 이후 세상은 달라졌다. 포드의 공장은 티 모델 자동차를 대량으로 만들어냈고, 자동차의 가격은 떨어졌다. 포드는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줬고, 노동자는 자동차를 샀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때가 열렸다. 20세기를 포드주의의 시대라고들 했다. 그때는 지식인들이 포드주의의 나쁜 점을 자주 지적했다. 1990년대에 나는 “포드주의의 시대가 저문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플랫폼 노동의 시대가 된 지금은 오히려 그때가 좋았던 듯도 싶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 그랬을까. 헨리 포드는 음모론에 빠지기도 했다. “유대인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망상을 품었다. <시온장로 프로토콜>이라는 괴문헌을 유럽에서 들여와 자기 돈을 들여 미국에 뿌렸다. 나치가 반유대주의 선동을 위해 이용하던 책이었다.
포드는 은행과 강대국 정부들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생각도 했다(이런 음모론에는 동조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화폐의 ‘권위'가 사라지면 전쟁도 사라지고 세계에 평화가 오리라고 주장했다. 지금부터 딱 100년 전, 1921년에 ‘에너지 화폐'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에너지를 돈으로 환산해 사용하면 중앙정부와 중앙은행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100년 동안 잊힌 제안이 최근 주목받는다. “오늘날 비트코인이 결국 포드의 에너지 화폐”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비트코인 역시 전기 에너지를 들여 ‘채굴’하고, ‘탈중앙화’를 표방해 중앙정부와 중앙은행의 권위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것이다. 헨리 포드의 꿈이 암호화폐로 현실화될까? 판단은 각자의 몫이겠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