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드루와 코닐리어스 밴더빌트, 한때 친구처럼 보이던 두 사람은 이리 철도회사의 경영권을 놓고 싸움을 벌였다. 악명 높은 ‘이리 전쟁’이다. 주가를 조작하고 법관을 매수하는 등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드루는 허망하게 퇴장한다. 그가 키운 두 부하, 제이 굴드와 짐 피스크가 밴더빌트와 손을 잡고 옛 주인을 배신한 것이다.
굴드와 피스크의 다음 목표는 무모했다. 미국의 황금을 매점매석하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정부를 구워삶아야 했다. 그때 미국 정부는 금을 팔아 달러를 사들였는데, 정부가 시중에 금을 풀면 굴드 일당이 매점매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굴드와 피스크는 대통령 율리시스 그랜트의 처남인 에이블 코빈을 끌어들였다.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금 시세를 내버려두는 것이 재계의 여론이라며 그랜트를 속였다.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든 정부가 내버려두자 투기꾼이 몰려들었다. 몇주 만에 금값이 20%가 넘게 치솟았다. 그랜트는 자기가 속은 것을 깨닫고 정부가 가진 금을 시장에 내다 팔았다. 1869년 9월24일은 ‘검은 금요일’이라 불린다. 금값은 폭락했고 증시가 20%가 빠졌고 미국 경제가 휘청였다.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일수록 타격이 컸다. 굴드는 금을 빠르게 팔아치워 손해는커녕 오히려 이익을 봤다고 한다.
짐 피스크(오른쪽)는 오래 살지 못했다. ‘다이아몬드 짐’으로 불리며 호사스러운 생활을 즐겼는데, 1872년에 치정 문제로 시비가 붙어 총에 맞아 죽었다.
제이 굴드(왼쪽)도 꽃길을 걷지는 못했다. ‘월가의 메피스토펠레스’로 불리던 영악한 그가, 1873년에 사기를 당한 일은 얄궂다. 유럽에서 왔다는 고든고든은 스스로를 영국 귀족으로 소개하며 굴드에게 접근했다. 이리 철도회사의 경영권을 굴드의 손에 확실히 쥐여주겠다는 구실로 거액을 받아 챙긴 뒤 달아났다. 굴드 일당은 쫓아갔다. 캐나다 국경을 넘어가 고든고든을 납치했다. 그러자 캐나다 경찰이 굴드 일당을 체포했다. 미국 당국도 끼어들었다. 이때 미국과 캐나다 두 나라 사이에 무력 충돌이 일어날 뻔했다니 파란만장하다. 바야흐로 ‘강도 귀족’이라 불리던 악덕 자본가들의 전성시대였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