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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등록 2021-09-16 16:23수정 2021-09-17 02:33

[나는 역사다] 북한 외교관 강석주(1939~2016)
북한 외교관 강석주
북한 외교관 강석주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은 안 된다.” 냉전시대 북한의 입장이었다. 1970년대에는 북한 혼자 유엔에 가입할 뻔도 했다. 남한 정부는 가봉을 남한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봉고 대통령을 국빈으로 모셔왔다. 봉고 승합차의 이름이 봉고 대통령의 이름을 땄다는 설을 나도 자주 들었는데,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봉고의 아들(이 사람도 봉고 대통령) 역시 이 이야기를 안다고 하니, 혹시 그쪽 기분을 맞춰주려고 갖다 붙인 말일까? 아무려나 극진히 대접한 것은 사실. 북한의 단독가입은 없던 일이 되었다.

북한의 뒤통수를 친 것은 같은 편인 줄 알았던 소련과 중국. 남한과 수교를 맺고 싶어 하던 소련과 중국은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을 받아들이라고 북한에 권했다. 대신 북한 정부는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이루고 싶어 했는데, 소련이 무너지며 이 역시 없던 일이 되었다는 것이다.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가입한 날이 1991년 9월17일, 꼭 30년 전의 일이다. 이날 유엔 무대에서 연설하여 세계의 주목을 받은 사람이 강석주다.

“1992년경 김정일이 당 조직지도부를 내세워 강석주를 전면 재검토한 적이 있다.” 태영호의 회고다. “(그 뒤) 평양 근교 농장에서 돼지우리의 똥을 치우던 그는 한달여 만에 김정일의 부름을 받고 복귀했다.” 북한을 방문한 이탈리아 외교관을 접대하라는 명분이지만, 김정일식 사람 다루는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1993년에 북한은 핵 문제로 미국과 회담을 벌였고, 강석주가 큰 몫을 했다. 1994년 지미 카터와 김일성의 회담에 배석하고 제네바 합의 때 서명했으며 2000년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의 오찬에 함께했다.

사후에 북한 <노동신문>에서 다시 조명받았다.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의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2019년의 일이다. “하노이 회담을 주관한 통전부는 대남 공작 전문기관답게 외교와 책략의 구분이 없었다. 미국을 모르고 함부로 책략을 구사하다 역으로 당했다. 반면 강석주 전 비서는 책략이 아니라 외교 협상으로 북한의 이익을 지켜낸 인물이다. 하노이 좌절 속에서 북한이 강석주 전 비서를 띄운 것은 그래서 반갑다.” <시사인> 남문희 기자의 글이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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