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2년 9월3일에 영국은 율리우스력을 버리고 그레고리우스력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그때 살던 모든 영국 사람의 인생에서 거짓말처럼 열하루가 사라졌다. “우리의 열하루를 돌려달라!” 분노한 사람들은 ‘달력 폭동’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 사실일까?
날짜 세는 방법을 바꾼 것은 사실이다. 윤년을 셈하는 방법이 문제였다. 1년은 365일이 아니다. 365일하고 6시간 가까이 남는다. 그래서 옛날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4년에 한번씩 윤년을 두었다. 오래된 율리우스력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해마다 11분14초가 모자란다.
옛 서양에서 절기를 정확히 셈하는 일은 중요했다. 농경 사회라서도 그랬지만, 크리스트교의 부활절 때문에도 그랬다. 부활절은 춘분 후 보름달이 뜬 뒤 바로 다음 일요일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 춘분이다. 춘분을 맞추지 못하면 교회 달력이 어그러진다. 그런데 카이사르가 역법을 만든 지 1500년이 지나고 보니 실제 춘분과 달력이 열흘 가까이 차이가 났다.
그래서 교황청이 나섰다. 달력 개혁 위원으로 일하던 시르텔리 추기경이 1572년에 교황으로 뽑혔다. 그레고리우스 13세다. 1582년에 역법을 개정했다. 100년에 한번씩은 윤년을 쇠지 않되, 400년에 한번은 윤년을 쇠기로 했다(1900년은 윤년이 아니고 2000년은 윤년이다). 그리고 달력에서 열흘을 지웠다.
그런데 이정모의 책 <달력과 권력>에 따르면 “얼마 전 종교개혁이 이루어진 개신교 국가들은 로마 교황청의 새로운 교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럽지 못한 상황이었다”. 역법 개정이 교황청의 음모라고 믿는 개신교도도 있었다나.
개신교 국가였던 영국이 두 세기 늦게 그레고리우스력을 받아들인 것도 그런 사연이다. 달력에서 열하루를 지우는 바람에 사람들이 불쾌해한 것까지는 사실이다. 폭동은 정말 일어났을까? 아닌 것 같다. 소문은 있지만 믿을 만한 기록은 없다고 한다. 그 시대의 인기 화가 윌리엄 호가스가 1755년에 달력 개정마저 꼬투리 잡아 정쟁을 벌이는 정치 중독자들을 풍자하는 그림을 그렸고, 이 그림 때문에 소문이 확대재생산된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