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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못생겨서 죄송했습니다

등록 2021-08-26 16:17수정 2021-08-27 02:36

[나는 역사다] 코미디언 이주일(1940~2002)

고생이 길었다. 20년이나 무명 연예인이었다. 그러다 1979년에 기회가 왔다. 텔레비전에 얼굴을 비치고 곧바로 스타가 됐다. 그런데 몇달 지나지 않아 1980년 8월, 전두환의 부하들이 그를 ‘방송 금지’시켰다. 이주일의 유행어는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자기가 ‘못생겼다’며 인기를 모았는데, 사람들은 그가 전두환과 닮았다고 수군거린 것이다.

포기하지 않았다. 해본 적 없던 리사이틀을 그해 10월에 대규모로 열었다. 수익금은 전부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당시 솔직한 내 심정은 ‘그래, 한번 봐라’라는 오기가 컸다.” 나이트클럽 공연도 열심히 다녔다. 방송 출연이 금지된 다음 오히려 더 큰돈을 벌었다. 1981년 1월부터는 텔레비전 방송에도 다시 출연하게 되었다.

그런 그가 1981년 말부터 잠시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았다. 인기 관리를 위해 스스로 선택한 일이었다. 반년 넘게 라디오 방송만 나오며 미국 순회공연을 다녀왔다. 대학생 스크립터를 여러명 고용해 유머 소재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렇게 쌓은 인기가 어찌나 높았는지 북한의 김정남이 어린 시절에 “이주일 저 사람을 데려다 달라”고 하여 김정일이 난처해한 일도 있었다나.

“칠십대가 되어서도 무대를 지키기 위해 준비한다”던 이주일이 예순둘의 나이로 세상을 뜬 날이 2002년 8월27일이다. 담배 때문에 폐암에 걸린 것이다. 그의 마지막 활약은 금연 캠페인이었다. 그의 죽음에 안타까워한 많은 사람이 한동안 담배를 끊기도 했다.

1990년대에는 잠시 정치에 몸을 담았다. 노태우 정권은 그의 출마를 막기 위해 공작을 폈는데 역효과만 냈다. “출마와 관련한 외압 논쟁으로 인해 내 선거 관리는 안기부가, 내 선거 지원은 여당이 한 꼴이 됐다.” 이주일은 정주영의 곁에서 ‘제3지대’ 실험의 도전과 좌절을 지켜보았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정주영이 실패한 원인은 “지구당에 돈을 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주일은 회고했다. “지구당 위원장들이 손끝 하나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그가 정치를 그만두며 뱉은 말은 두고두고 화제였다. “정치 4년 동안 코미디 잘 배우고 갑니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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