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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자신도 모르게 만든 원자폭탄

등록 2021-08-13 04:59

1926~
[나는 역사다] 글래디스 오언스

이상한 도시의 이상한 일자리였다. 오크리지는 새로 세운 도시, 지도에도 없었다.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열아홉살 글래디스 오언스는 정체 모를 기계를 조작했다. 어떤 일인지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보안을 지키라는 문구만 사방에 붙어 있었다. 오언스는 한참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되었다, 자기가 그때 원자폭탄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일을 시작하며 오언스는 이런 말을 들었다. “무슨 일인지는 알려줄 수 없지만, 적이 우리를 앞선다면 하느님만 우리를 지켜줄 수 있다.” 1939년에 독일 과학자들이 우라늄 원자의 핵을 쪼개는 실험에 성공했다. 나치는 체코를 점령한 직후 우라늄 수출을 금지했다. “나치가 (원자폭탄을) 먼저 갖게 되면 어떻게 되겠어?” 미국 과학자 오펜하이머는 물었다.

맨해튼 프로젝트가 시작된 날이 1942년 8월13일이다. 원자폭탄을 만드는 비밀 사업이었다. 미국의 군인과 민간인이 10만명 넘게 참여했지만 무슨 일인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오크리지에서는 칼루트론이라는 기계로 우라늄 235와 우라늄 238을 분리했다. 오언스 같은 젊은 여성들이 그 일을 맡았다. 나중에 이들은 “칼루트론 걸스”라 불리게 된다. 이들 덕분에 원자폭탄을 만들었다.

비밀 유지가 문제였다. 무얼 하는지 공개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통제할 수만도 없었다. 연구자끼리 정보를 교환하지 못하면 개발이 느려지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 알려야 할까? 미국은 영국의 과학자를 불러 폭탄 개발에 참여시켰다. 어떤 사람들은 소련에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본에 알리자는 주장이 있었다. 민간인을 대피시킨 뒤 빈 도시에 떨어트려 원자폭탄의 위력만 보여주자는 것이다.

1945년 8월에 원자폭탄은 민간인을 덮쳤다. 일본에 있던 한국 사람들의 희생도 컸다. 칼루트론 걸스의 활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파시즘에 맞선 투쟁으로 보기도, 여성 과학기술자의 활약으로 보기도 하지만, 편하게 답할 문제는 아니다. 핵의 시대가 아직 진행 중이라 그렇다. 2000년대 초, 오언스는 오크리지를 다시 찾아 자기가 하던 일의 설명을 들었다. 반세기가 지난 후의 일이었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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