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은 ‘전례 없는’ 대회답게 다양한 해석과 관점을 낳았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2020 도쿄올림픽 폐막식에서 “올림픽이 어려운 시기에 가장 귀중한 선물인 희망을 주었다. 세계인들이 하나가 됐다. 도쿄올림픽은 희망과 연대, 평화의 올림픽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언론의 평가는 조금 다르다. 외신에서는 ‘국가 비상사태에서 열린 스포츠 드라마가 어떻게 기억될까’(비비시) ‘텅 빈 경기장에서 열렸으나 80억을 함께 묶었다’(가디언)라는 제목의 보도가 나왔다. 여기엔 선수들이 보인 환희와 눈물의 감동 못지않게 165억달러(약 19조원)를 넘는 예산, 무관중 대회, 올림픽 기간 3배나 늘어난 코로나 감염 등의 부정적 요소가 양면적으로 배어 있다.
국내에서는 칼럼 등을 통해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묻는 비평이 나왔다.
철학자 김용석은 ‘올림픽: 의례 없는 도쿄’(한겨레 8월4일치)에서 도쿄올림픽 개최의 비정상성에 주목했다. 그는 올림픽의 정신을 놀이와 페어플레이에서 찾는데, 공동체를 묶어주는 공간적 의미의 스타디움과 4년 주기를 뜻하는 올림피아드의 시간성이 도쿄올림픽의 무관중·홀수해 개최로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신영전 교수는 ‘천천히, 낮게, 약하게-다 함께’(한겨레 8월4일치)에서 올림픽 표어인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를 거꾸로 뒤집으며 근대 올림픽의 남성 지배 이데올로기를 비판했다. 1896 아테네올림픽 마라톤 경주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제됐고, 그래서 ‘멜포메네’라는 가명으로 스타디움 밖에서 뛸 수밖에 없었던 그의 모습이 오늘날의 택배 기사, 난민 선수들에게서도 보인다고 했다.
올림픽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팬들이 경험 세계를 구성하는 데 영향을 준다. 성적주의의 폐해와 반성을 통해 국내에서 ‘금메달 지상주의’는 과거보다 약화했다. 입상하지 못한 4위도 큰 박수를 받는 게 요즘의 풍경이다. 올림픽 상업주의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 205개 참가국 선수단이 한데 모여 보편적 인류애를 나누는 축제의 무대가 올림픽인 것도 사실이다. 올림픽에 대한 비평과 해석이 다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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