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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키스를 금지한다

등록 2021-07-15 13:24수정 2021-07-16 02:35

[나는 역사다] 헨리 6세의 시대 1421~1471

“입맞춤을 금지한다.” 1439년 7월16일, 헨리 6세는 키스 금지령을 내렸다. 어찌 된 영문일까?

헨리 6세의 시대, 출발은 좋았다. 돌을 맞기도 전에 잉글랜드와 프랑스 두 나라의 왕이 되었다. 백년전쟁에서 잉글랜드가 한창 이기던 시절에 임금 자리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얼마 뒤 잔 다르크가 등장해 프랑스 땅을 되찾았고, 백년전쟁은 잉글랜드의 패배로 끝났다. 곧이어 잉글랜드 안에서 귀족 집안끼리 싸움을 벌였다. 악명 높은 장미전쟁의 시작이다. 헨리 6세는 내전에 휩쓸려 폐위되고 얼마 뒤 숨졌다. 1910년에 무덤을 열어보니 유골에 살해당한 흔적이 남았더란다.

셰익스피어는 헨리 6세의 탈 많은 시대를 소재로 사극을 썼다. <헨리 6세> 3부작이다. 무려 세편의 비극에 등장하지만 헨리 6세는 주인공 노릇을 하지 못한다. <헨리 6세> 1부에서는 3막에 가서야 첫 대사가 나온다. “불화는 나라의 내장을 갉아먹는 독충이다.” 어린 헨리는 내전이 일어날 것을 예감하지만 상황에 끌려다닐 따름이다. “하느님, 내 잘못이 아닙니다!” <헨리 6세> 3부의 2막 2장에 나오는 대사다.

헨리 6세는 실의에 빠졌다. 한동안 정신질환을 겪었다고 한다. 키스 금지령을 내린 것도 그런 까닭일까? 아니다. 흑사병 때문이었다. 옛날 서양에서는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가 인사였다. 그런데 그 무렵 흑사병이 돌자 잉글랜드 정부가 입맞춤 인사를 금지한 것이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악수를 하지 말라”는 방역 지침이랄까? “그래도 정신이 이상한 임금님이 키스 금지령을 내렸다고 설명하는 쪽이, ‘흑사병의 사회경제적 결과'를 묻는 쪽보다 학생들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국의 중학교 역사 선생님이 쓴 글이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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