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준 ㅣ 사회복지사
한층 발전된 법과 제도는 아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다. 매년 수많은 아이들의 희생을 통해 우리 사회는 변화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정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아동학대 관련 건수가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매해 그렇게 발생했는데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2020년 9월14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형제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라면을 끓이려다 화재가 발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형은 의식을 되찾았지만 동생은 사경을 헤매다 결국 하늘의 별이 되었다.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이 사건은 형제의 엄마에게만 시선이 쏠렸다. 형제의 엄마는 형제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고, 주변에서 몇차례나 신고도 했지만 나아지는 건 없었다. 과연 형제의 엄마만의 잘못일까. 물론 형제의 엄마를 욕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앞으로 반복되는 비극을 예방하는 데는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민간위탁)이 수행하던 현장조사업무를 시군구로 이관하여 아동학대 조사를 공적 영역으로 끌고 왔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늘리고 역량교육 및 실습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겠다고 한다. 또한 경찰과 함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동행하도록 했다. 아동학대를 초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조치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입양된 생후 16개월 영아가 9개월간 학대를 받다가 최근 결국 하늘의 별이 되었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로 여러번의 신고를 통해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존재했지만 묵살되고 말았다. 태어난 지 16개월 된 영아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살아온 기간의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암흑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을까.
매해 11월19일은 세계 아동학대예방의 날이다. 한국은 2007년부터 기념하여 올해 열네번째를 맞이한다. 매년 아동학대예방의 날이면 정부에서 기념식을 열고 정관계 인사들이 모여 아동학대 현황과 실태, 앞으로의 예방 대책 등을 내놓는다. 이제는 허례허식으로 채워진 기념식조차 열기에는 코로나19라는 상황으로 인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이번 기회에 기념식은 뒤로하고, 정말 실속 있고 촘촘한 대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전문가와 국회의원, 정부 관계자 등의 토론과 실천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열네번째 아동학대예방의 날이 앞서 열세번의 공염불을 마감하는 자리이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