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은 ㅣ 민생경제연구소 소장·경제평론가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투자금 손실 사태를 계기로 시중은행의 초고위험 상품 판매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난해 10월 ‘왜냐면’을 통해 제기했다.
이런 주장이 무색하게 2020년 새해 벽두부터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디엘에프 손실 사태와 같이 투자자 수천명의 거대 자금이 손실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라임자산운용은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일부 펀드의 환매를 중단하거나, 환매 가능한 개방형 펀드를 일부 폐쇄형(환매가 일정 기간 불가능함)으로 전환하는 등의 진통을 겪었다. 이미 환매 중단으로 약 3600명의 투자금 1조5000여억원이 묶여 있으며, 자산 가치로 대략 투자금의 70%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이 중 하나인 이른바 무역금융펀드가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폰지사기’로 판명되어 약 6000억원의 자산이 동결되어 버렸다. 폰지사기란 쉽게 말해 일부의 다단계 수법과 비슷한 사기 방법인데, 앞선 투자자의 수익은 후발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만들어주면서 투자자를 계속 모집하게 한다.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는 운용금액의 40%가량 투자하는 미국 헤지펀드의 투자위험을 알고, 손실 중임에도 장부상의 이익을 나타내며 보란 듯이 투자자들을 경쟁적으로 모았다.
문제는 이 펀드 역시 대부분이 시중은행에서 판매됐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원금손실 가능성이 가장 큰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우리은행, 하나은행과 신한금융지주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에서 전체의 80%가량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일부 투자자들은 사모펀드인지 전혀 몰랐고, 원금손실 위험도 감지하지 못했으며, 예금의 한 종류로 설명 듣고 투자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물론, 예전 문제가 되었던 키코(KIKO)나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디엘에프는 어느 정도 투자 모형이 정형화된 파생금융상품인 데 반해, 라임의 사모펀드들은 운용방식이나 기초자산 등이 상품마다 천차만별이기에 원금보장상품처럼 설명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디엘에프 사태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태에서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사건까지 발생하니 금융업계 전반, 특히 은행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더 커질지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약 12조원이었다. 이 중에 우리가 익히 이용하는 시중은행은 8조원의 당기순이익을 창출하였다. 물론 기업은 이익창출을 위해 영업행위를 하는 곳이다. 하지만 은행은 여타 기업들과는 다른 국가경제적·산업적 특수기능을 하고 있으며, 부실 시에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기도 한다. 그리고 수익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자이익은 바로 국민들이 예금을 해주고 대출하였던 예대마진이 주된 기반이다. 이렇게 국민과 국가가 늘 함께하고 있음에도 고위험상품 판매로 인한 손실, 불완전판매 등을 반복해 발생시키는 행태가 안타까울 뿐이다.
금융업, 특히 은행은 뼈아픈 성찰과 반성, 납득할 만한 대책들로 그간의 불신과 우려를 만회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은행이란 기관을 존속시켜주고 있는, 예금하고 대출받는 국민들에 대한 도리다. 이번에 통과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을 계기로 법적·제도적으로도 금융소비자를 더욱 보호할 수 있는 성숙한 제도가 자리 잡아 금융상품 부실판매, 불완전판매, 거대 손실 등의 뉴스를 보는 일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