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세먼지가 재앙이다. 지난해 미세먼지로 인한 경제손실이 4조원이라는 것은 차치하고, 도대체 숨을 쉬기가 힘들다. 온갖 원인 분석과 대책이 난무하지만, 제일 확실한 대책은 북동풍이든 동남풍이든 그저 바람뿐이다. 부랴부랴 대통령도 나서고 국회도 나서지만 미덥지 못하다. 당장 급하니까 차량 운행도 일부 제한하고 야외에 공기정화기도 설치한다고 하는데, 국민들은 그것들이 또 미봉책에 불과하리라는 것을 직감한다. 근본 원인은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이자 현대 경제의 주된 에너지원인 화석연료 자체에 있는데 이를 극복하려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화석연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독일 등 유럽국가들에 비해 우리의 노력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이를 촉진하기 위한 핵심적인 대책을 하나 제안하고자 한다. 바로 화석연료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하여 환경세(탄소세·생태세)를 높게 부과하고, 그 조세 수입을 국민 모두에게 기본소득으로, 즉 ‘환경배당’으로 똑같이 나누어 주는 것이다. 환경세를 통한 화석연료 가격의 상승은 오염 발생자들의 자발적인 오염 저감 노력을 유인하기 때문에 명령과 통제에 의한 직접규제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1990년대 초 북유럽 국가들을 필두로 많은 유럽국가가 환경세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때 환경세로 인한 조세 증가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소비자들에게는 소득세를 감면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환경세 부과와 소득세 감면이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자의 약 40%는 근로소득세 면세자다. 따라서 소득세 감면은 혜택이 역진적이어서 정치적 저항이 발생하여 환경세 도입을 어렵게 할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가 2012년 탄소세를 도입했다가 2014년에 폐지한 배경이기도 하다. 대신에 환경세 수입을 전 국민에게 공평하게 분배하는 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면, 소수의 에너지 다소비층은 세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다수의 에너지 저소비층은 기본소득이 세 부담보다 많아져서 혜택을 받으므로 정치적 저항이 약화될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환경세 수입을 전 국민에게 공평하게 분배해야 하는가? 그것은 토지나 천연자원처럼 환경 또한 우리 모두에게 자연적으로 주어진 공유자산이기 때문이다. 실제 알래스카 주민들은 알래스카산 석유에 대한 공동의 권리로서 석유 수입의 일부를 ‘영구기금배당’으로 공평하게 지급받고 있다. 이와 같은 근거로 우리에게는 환경을 지키기 위하여 환경오염에 대한 징벌금(환경세)을 부과하고, 그 수입을 모두가 공평하게 배분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마치 주식이라는 권리에 대해 배당을 받는 것처럼 환경이라는 권리에 대해 ‘환경배당’을 받는 것이다. 이런 발상은 일개 연구원의 황당한 망상에 불과한 것일까? 2017년 2월 미국에서 탄소배당 도입을 지지하는 ‘탄소배당에 관한 경제학자들의 성명’이 발표되었는데, 성명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탄소세의 공정성과 정치적 존속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수입은 동일한 금액으로 모든 미국 시민에게 직접 되돌려주어야 한다.” 이 성명은 3508명의 경제학자가 서명하여 미국 역사상 최대의 경제학자 성명으로 기록되었으며, 특히 서명자 중에는 무려 27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4명의 전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2명의 전임 재무부 장관도 포함돼 있다. 또 지난 1월 초에 아일랜드 총리는 탄소세를 올리고 그 수입을 국민에게 현금배당으로 나누어 주자는 녹색당의 제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럴 리는 전혀 없지만, 만약 내가 다음 대선에 출마한다면 나는 전 국민 환경배당을 제1공약으로 내걸고 싶다. 대통령은 국민들 숨부터 편하게 쉬게 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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