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자석
황우석 교수의 연구를 지지해 온 평범한 대학생으로서 ‘한국 과학계의 자체 검증 시스템이 이렇게까지 부실했었나?’ 하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우리나라 과학계의 ‘상명하복식의 조직구조’와 ‘결과중심주의적 연구 풍토’가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 이러한 잘못된 연구풍토가 연구 자체에 대한 조작으로까지 나타났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황 교수의 이번 2005년 논문에 대한 논란이 과학계 자체적으로 검증이 있기 전에 언론이 나서야만 했던 현실도 우리 과학계에는 불행한 점이다. <문화방송> ‘피디수첩’이 배아줄기세포 연구과정의 윤리적 문제와 조작 의혹을 제보받은 지 벌써 6개월이 다 되어 간다. 최초 문화방송에 연구과정의 문제를 제보했던 연구원이 왜 과학계 내부가 아닌 언론에 먼저 이러한 문제를 제기해야만 했을까? 지난 2, 3개월 동안 과학계 내부에서 젊은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여 왔나를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과학계의 자체 검증 시스템의 부재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연구성과 검증이 아직 완전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논문이 완전히 조작되었다고 보는 것도 주의깊지 못한 판단이다. 확실한 것은 실험의 성공 유무와 관계없이 이미 황우석 교수의 논문은 윤리논란과 사진논란, 노성일 이사장의 발표로 논문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논란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지난 반년 동안 도대체 우리나라 과학계는 무얼 하고 있었는가? 피디수첩의 의혹 제기로 문제가 커지자 과학계 원로들이 부랴부랴 나서는 모습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한국 과학계는 다시 한번 세계 과학계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렸다. 단지 국가 이익의 문제가 아니다. 신뢰는 물질적 이익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늦었지만 한국 과학계가 지금부터라도 자성해야 한다. 연구 풍토를 바꾸고 연구 성과에 대한 검증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김태원/서울 동대문구 제기2동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