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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욱의 서양 사람] 외교관, 탱탱

등록 2019-02-07 18:47수정 2019-02-08 14:39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1929년 1월 벨기에에서 새로운 만화가 연재되기 시작했다. 가톨릭계 신문 <20세기>의 어린이판 주간지였던 <아동 20세기>에서 만화가 조르주 르미에게 의뢰했던 것이다. 그것은 곧 그의 필명인 에르제의 작품 <탱탱의 모험>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보수 성향이 짙은 가톨릭계에서 낸 그 연재물의 첫 제목은 ‘소비에트에 간 탱탱’이었고, 예상대로 그것은 반공 만화였다. 그밖에도 초기 작품에서는 인종주의나 동물학대의 면모도 많이 보여 비판을 받았다. 훗날 에르제는 그러한 잘못을 “젊은 시절의 일탈”이라고 인정하면서 문제의 장면들을 다시 그리기도 했다.

어쨌든 이 만화는 곧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탱탱과 그의 개 밀루의 여정은 24권까지 이어졌다. 정확한 나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10대인 것만은 확실한 둥근 얼굴의 탱탱은 정직하고 예의 바르고 친절하다. 기자처럼 현장의 실태를 전달하며 불의를 참지 못하는 그는 민첩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위기에 빠진 불운한 약자를 도와 사건을 해결하고 모험을 마무리한다. 2011년 탱탱이 주인공인 영화를 만든 할리우드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물론 앤디 워홀, 프랑수아즈 사강, 빔 벤더스와 같은 거장들까지 탱탱에게 매료되었다. 그를 연구하는 ‘탱탱학’이라는 문학비평의 분야도 생겨났다. 그렇지만 그에 대한 최대의 찬사는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나왔다. 그의 문화부 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의 술회에 따르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나의 유일한 라이벌은 탱탱입니다.”

<탱탱의 모험>은 20세기를 통틀어 유럽에서 가장 인기 높은 만화로서 70여개 언어로 2억부 이상이 팔렸다. 2003년 벨기에 국왕은 국가의 명예를 드높인 공로로 한 외교관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탱탱이었다. 국외에서 국가의 명예를 실추시킨 어떤 나라의 선량들에 비하면 그에겐 훈장을 수여받을 외교관으로서의 자격이 충분히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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