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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숫자로 밝히는 누리과정 예산의 진실 / 강병수

등록 2016-02-03 18:45

누리과정 파행을 둘러싸고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대통령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으로 지방교육청에 줄 만큼 주었는데 지방교육청들이 예산을 세우지 않았다고 하고, 지방교육청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세울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서 본질적으로 중앙정부의 책임이니 별도의 예산을 주든지 교부금 비율(내국세의 20.27%)을 높여달라고 한다. 2011년도부터 2016년도까지 중앙정부의 예산을 분석해보면 진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전국 17개 지방교육청은 중앙정부가 주는 교부금과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전입금 등이 예산 세입의 대부분이다. 누리과정이 시작된 2012년도 38조4천억원이던 교부금은 2013년도엔 2조6천억원이 늘어난 41조원까지 되었다. 그러나 2014년도부터 다시 줄어 2015년도에는 39조4천억원에 머물렀다. 2012년과 비교해 1조원 가까이 느는 셈인데, 이를 17개 지방교육청으로 분산하면 평균 588억원 정도다.

그러나 그 돈은 전국 유치원·어린이집의 130여만명 아동의 월 22만원(종일반 29만원) 누리과정 예산 추정액(약 4조원)의 25%밖에 안 된다. 이를 인천시교육청이 교부받은 보통교부금과 대비해보면 추이가 같다. 인천시교육청은 2011년과 2012년 1조7400억원과 1조7700억원을 교부받았고, 2013년도에는 1조9천억원대로 늘었다가 다시 줄어들어 2015년도에는 1조8700억원 수준이었다. 2012년도와 비교하면 1천억원 정도 는 셈이다.

인천시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을 보면 문제가 더 분명해진다. 소득 하위 70% 가정의 아동에게만 유아학비를 지원하던 2011년도에는 유치원 교육비 지원예산이 500억원이었으나, 누리과정이 시작된 2012년도에는 유치원·어린이집 교육비 예산이 1천억원대로 두 배 늘었다.(인천시와 교육청 예산 분담) 누리과정 예산 전체를 떠안은 2015년도에는 2600억원대로, 2011년도보다 2100억원 정도 늘었다. 중앙정부에서 증액 지원한 1천억원의 교부금을 누리과정에만 다 쓰더라도 1600억원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 그동안 모자란 돈을 지방채 발행으로 메워오다가 작금의 대란이 온 것이다.

지방교육청에서는 증액된 교부금을 누리과정에만 쓸 수 없다고 한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중앙정부도 예산을 매년 평균 4.85% 증액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방교육청더러 늘어난 교부금을 모두 누리과정에 쓰고 모자라는 것은 다른 교육부문 예산을 줄이든지 빚을 내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오히려 해마다 늘어나는 교부금은 인건비 상승분, 학교 운영비 상승분 등에 충당하는 것이 순리다.

정리하자면, 첫째, 중앙정부가 연간 4조원이 들어가는 누리과정 무상교육을 국민 앞에 약속하고 시행하면서 별도의 예산을 수립하지 않았고 필요 예산만큼 교부금을 늘리지도 않았다. 2016년도 교부금이 1조8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편성했지만 2015년도에 줄어든 1조4천억원을 벌충하고 나면 그나마 4천억원, 즉 누리과정 예산의 10%밖에 남지 않는다. 둘째, 17개 시·도교육청은 빚을 내거나 비정상적인 교육재정 운용을 감수하면서 중앙정부 정책 수행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갚을 길도 없이 빚을 계속 질 수도 없고, 누리과정 못지않게 소중한 초·중등 교육예산을 계속 줄이거나 파행으로 운용할 수도 없다. 셋째,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상황임이 분명해졌다. 누리과정을 계속하려면 이에 상응하는 2조3천억원 규모의 예산을 긴급 편성해 지원하든가, 과거처럼 소득 하위 70% 가정의 아동에게만 무상보육을 제공하는 정책적 후퇴 여부를 결정할 때이다.

마지막으로 거짓을 말한 공직자는 대통령을 포함한 누구라도 국민에게 사과하고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한 뒤 국민이 납득할 만한 행동으로 책임져야 한다. 헌법 제7조 1항에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되어 있다.

강병수 전 인천광역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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