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이자 교육자로서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서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2014년에 이어 지난해 말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벌어졌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립이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부모와 아이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 이른바 ‘보육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이러한 상황이 매년 반복되는 이유는 누리과정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시·도교육청이 모자라는 누리과정 재원을 지방채 발행이라는 빚으로 충당하는 미봉책을 썼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 후보 시절 “0~5살 보육은 국가가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정부가 누리과정의 예산을 책임지겠다고 공약했다. 이처럼 분명히 누리과정 예산은 박근혜 정부의 공약 사항이고, 이에 따라 공약을 이행해야 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제대로 공약을 지킨 적이 있는가. 지금까지 누리과정의 예산은 시·도교육청이 전액 부담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매년 6000억원(서울시 누리과정 예산 편성액 기준)에 이르는 예산을 편성하여 영유아의 교육과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약은 대통령이 하고, 책임은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시·도교육청이 교육을 위해 써야 할 예산을 보육까지 책임지게 되면서 전국에 있는 초·중·고등학교의 학생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 학생들이 화장실이 불편해서 학교에서 화장실을 가지 않고, 춥고 더워서 공부하기 힘든 여건인데도 시·도교육청은 예산이 부족하여 교육환경을 개선해주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 예산 부담으로 인한 교육청 예산 부족으로 발생하고 있다.
국가가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길 때에는 법률로 근거를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유아교육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어디에도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 행정은 법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치행정의 근간을 무시한 채 지방자치단체가 누리과정 예산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2년간 되풀이되고 있는 누리과정 예산 문제, 이제는 매듭을 지어야 된다. 보육은 장기적으로 볼 때 국가가 책임지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올해도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교육 재정은 어마어마한 빚더미에 앉게 될 것이다. 빚을 내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는 형국인데, 이럴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정부는 보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
박호근 서울시의회 의원(교육위원회)
이슈누리과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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