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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누리과정 떠넘기기, 지방자치 근간 흔든다 / 김윤식

등록 2016-01-11 18:50수정 2016-01-22 15:45

정부는 만 3~5살까지의 무상보육(누리과정)을 약속했지만 결국 부족한 예산을 지방 교육청에 떠넘겼다. 이로 인해 대부분 교육청의 교육재정은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져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2014년까지만 해도 연간 2천억원 정도의 부채를 썼지만 누리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에는 1조5천억원이 넘는 지방채를 발행했다. 경기도교육청의 예산 대비 부채 비율은 위기 수준인 40%를 넘어 50%대의 파탄 수준으로 내몰리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발표한 ‘누리과정 예산편성 촉구 담화문’에서 “시·도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하는 것은 엄연히 직무유기”라며 “감사원 감사 청구, 검찰 고발을 포함한 법적·행정적·재정적 수단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싼 작금의 논란은 이제 보육 문제를 넘어, 지방자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단계로 진입하려 하고 있다. ‘정부 “지자체 예산으로 누리과정 우선 지원 검토”’라는 제목의 지난해 12월24일 <문화방송>(MBC) 보도를 보면,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진전이 없을 경우 광역 지자체의 자체 예산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먼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역시 지난 10일 “올해에는 경기도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2개월 동안의 누리과정 운영에 필요한 910억원이 포함된 수정예산안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하기로 했으며, 2개월 안에 해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올해 전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까지 도가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의회는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올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했고, 경기도는 현재 준예산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누리과정 예산을 도비로 먼저 편성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지난해에는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도 재정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앞으로 부동산 경기가 급속히 냉각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취득·등록세를 기반으로 한 도 재정이 급속히 악화될 우려가 있다. 단기간에 누리과정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변동성이 큰 광역재정만으로 부담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고, 그 이후에는 기초정부로까지 재원 분담에 대한 부담이 전가될 것이 뻔하다. 누리과정 예산 2개월분을 도비로 먼저 편성하는 것은 기초정부로까지 예산지원 분담에 대한 부담을 지게 만드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보편적 복지’는 국가 사무다. 이런 식으로 지방정부들이 국가 사무 부담을 계속 떠맡는다면,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들고 결국 지방자치가 무력화될 수 있다.

경기도의회는 13일 준예산 사태를 다루기 위해 임시회를 열 예정이다. 지방정부의 사무가 아니라고 해서 시민 삶과 밀접한 보육 문제를 모르는 척 외면할 수만은 없다. 중앙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도록 하고, 국가 사무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끝까지 끌어안도록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 남경필 도지사가 제안하고 실행하고 있는 경기도 연정 정신에 입각해서도, 국가 사무에 대한 책임을 지방정부에 일방적으로 전가하고 있는 현실을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경기도를 중심으로 31개 시·군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해야 하며, 시민들도 더 많은 에너지를 결집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응원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윤식 경기도 시흥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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