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7일부터 12월4일까지 7박8일의 일정으로 제주도를 다녀왔다. 렌터카를 이용해 유명 관광지를 단숨에 둘러보는 여행이 아닌, 일주버스를 타고 올레길을 천천히 걸으며 제주도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었다. 애월에서 시작한 여행은 협재와 모슬포, 서귀포, 월정리를 거쳐 제주시내를 탐방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처음 며칠은 따사로운 봄날처럼 날씨가 좋아 걷기 편안했으나 여행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강풍에 눈보라가 몰아쳐 길을 나서기조차 힘들었다. 넘실대는 바다에서 휘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며 생명력이 가득한 숲과 들판을 지날 때 느꼈던 그 찬란한 경이로움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 제주도를 처음으로 제대로 즐겼다.
그러나 이번 제주 여행에서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는데 바로 게스트하우스다. 7박 중 6일을 게스트하우스에서 잤는데 거의 모든 게스트하우스가 여행객을 고려하지 않은 체크인·체크아웃 시간과 비싼 이용료, 불친절로 제주도의 이미지를 나쁘게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가 체크인 시간을 오후 4시, 체크아웃 시간을 아침 10시30분 또는 11시로 정하고 있는데 여행객 입장에서는 터무니없는 횡포에 가깝다. 강한 바람을 맞으며 올레길을 걷다 보면 피곤해져 일찍 들어가 쉬고 싶은 때도 있는데 게스트하우스가 오후 4시 전에는 문을 열지 않으니 마땅히 쉴 곳이 없다. 카페나 찻집이라도 1시간 넘게 앉아 있으면 눈치가 보인다.
이용료도 문제다. 게스트하우스는 침대 1개당(1인당) 가격을 매기는데 보통 하루에 1만5000원에서 2만원 선이다. 그러나 여행안내책자에 소개된 유명 게스트하우스는 대부분 2만5000원을 받았고, 어떤 곳은 3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3만원이면 두 명이 이용할 경우 펜션보다 비싸다. 화장실과 세면실을 함께 써야 하는 불편함에도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하는 것은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제주 게스트하우스의 이용료를 생각하면 굳이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일부 여행객을 돈으로만 생각하는 듯한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들의 불친절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게스트하우스는 일반 숙박업소와 다르게 여행객들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걸맞게 이제 게스트하우스 문화도 새롭게 정립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장민 문화영성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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